이민자 급증한 미국…블링컨, 멕시코 방문해 협력 논의
최근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 수가 또 다시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인 멕시코와의 협력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이민자 즉각 추방 정책인 ‘타이틀42’가 폐지된 이후 한동안 미등록 이민자 수가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불법 입국으로 체포된 건수는 하루 1만건 이상에 달한다. 중남미뿐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등 아메리카 대륙과 멀리 떨어진 세계 각지의 이민자들이 극심한 폭력과 빈곤을 피해 매일 미국 국경을 향해 길고 험난한 여정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8000명 가량의 이민자들로 이뤄진 행렬이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인근 고속도로를 따라 수십킬로미터를 걸었다. 성탄 전야에 시작된 이 행진 대열에는 어린이와 여성‧노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빈곤 탈출’이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과 커다란 십자가를 들었다.
엘살바도르 출신 로사는 로이터에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더 나은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출신의 한 남성은 “우리는 너무 많이 걸었고, 세 살짜리 내 딸은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라 내가 안고 걷고 있다”면서 “미국 대통령은 이민자들을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에릭 애덤스 시장은 이날 이민자들을 태운 전세버스의 진입을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뉴욕시는 전세버스 업체들이 뉴욕시 진입 32시간 전에 이를 사전 고지하지 않으면 개인의 경우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달러(약 64만원)의 벌금, 업체의 경우 2000달러(약 258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할 방침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 4월부터 뉴욕과 시카고 등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보내면서 이들 도시는 이민자 대응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멕시코를 방문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멕시코 국토안보·외교·안보장관 등을 만나 이민자 문제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주 전화통화에서 국경 단속 강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언제나 그랬듯이 (미국을) 도울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이민자들의 본국에 더 많은 개발 원조를 보내고,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줄이거나 없애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에 장벽이나 철조망 울타리 설치를 할 게 아니라 중남미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한다”면서 “사람의 발전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인도적”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그간 미국과 협력해 미등록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에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왔다. 멕시코는 이민법 집행을 위해 전체 병력의 약 11%에 해당하는 3만2000명 이상의 군대와 방위군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 급증은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화당은 국경 안보를 강화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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