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태영發 부동산 PF 위기…선제적 조치로 부실 확산 막아야

연합뉴스 2023. 12. 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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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이 28일 강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시공 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천억원이고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천956억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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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 로비 모습

(서울=연합뉴스) 지나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이 28일 강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그동안 건설업계를 위태위태하게 옥죄어온 온 부동산 PF 부실의 뇌관이 결국 터진 것이다.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조달하는 PF 문제는 건설업계 전반에 퍼져 있어, 이번 사태가 건설사 연쇄 위기뿐만 아니라 금융권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과도한 불안을 차단하고 위기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지 못해 채권단 협의로 부채 상환을 유예하거나 일부 빚을 탕감해 기업 도산을 막는 절차다. 이렇게 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선 태영건설 측이 채권단이 납득할만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 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서울 성수동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 만기일이 이날이었다. 통상 부동산 PF 관련해 시행사가 대출할 때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하는데 이것은 우발채무(아직 확정되지 않은 빚)에 해당하고,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행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우발채무가 결국 건설사가 갚아야 할 빚이 된다.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천억원이고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천956억원이라고 한다. 올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도 1조9천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78.7%나 된다.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는 태영건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부여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올 8월 말 기준 건설사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천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 이외에도 PF 우발채무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건설사들의 이름이 여럿 거론된다고 한다. 건설업계가 살아나려면 부동산 분양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데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져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어렵고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기관들의 전망이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축소로 이어져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건설업은 후방 연쇄 효과가 큰 업종이다. 건설사의 위기는 협력 및 하도급업체의 연쇄 부실로 이어져 실물 경제 전반에 적잖은 타격을 주기 마련이다. 정부는 부동산 PF 문제가 건설업계 전반과 금융권의 위기로까지 확산하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회생이 어느 정도 가능한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자금 등을 지원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는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자칫 선제적인 '옥석 가리기'의 때를 놓쳐 더 큰 위기를 부르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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