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6세’ 폐지 수집 노인 4만명, 한 달에 16만원 번다···우울 호소 전체 노인의 3배
한국에서 폐지수집을 하는 노인은 전국에 4만여명 있으며 평균 76세에 폐지수집으로 한 달에 16만원 정도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폐지수집 노인에 관한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다. 폐지수집 노인 1035명을 일대일로 대면해 현황, 활동실태, 복지욕구 등을 조사했다. 복지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환경부와 지자체 등을 통해 전국 고물상 명단을 확보하고 지역 대표성을 가진 표본 고물상에 폐지를 납품하는 노인 수를 집계해 전국 규모를 약 4만2000명으로 추계했다.
폐지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이며 75세 이상이 57.8%를 차지했다. 독거 가구가 36.4%로 가구원은 평균 1.7명이었다. 85.1%가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남성 비율이 57.7%로 여성보다 많았다.
폐지수집 노인은 하루 5.4시간, 일주일 평균 6일의 폐지수집으로 한 달에 15만9000원을 벌었다. 시간당 수입으로 따지면 1226원으로 최저임금(올해 기준 9620원)의 13% 수준이다. 폐지수집 노인의 월 평균 개인소득은 74만2000원, 가구 소득은 113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른 전체 노인의 개인소득(129만8000원)과 가구 소득(252만2000원)보다 낮다.
폐지수집을 하는 목적은 ‘생계비 마련’이 54.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용돈이 필요해서’ 29.3%, ‘건강 관리’ 9.1% 순이었다. 폐지수집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타 직종 구직 곤란’ 38.9%, ‘현금 선호’ 29.7%, ‘자유로운 활동’ 16.1% 순으로 많았다.
애로사항은 ‘폐지 납품 단가 하락’이 81.6%로 가장 많았다. 올해 폐지 1㎏당 단가는 74원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이어 ‘폐지수집 경쟁 심화’ 51%, ‘날씨’ 23% 순이었다. 필요한 지원으로는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이 85.3%로 가장 많았고, ‘식료품 지원’ 36.9%, ‘생활용품’ 26.9%, ‘일자리 지원’ 18.6%,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12.6% 순이었다.
앞으로도 폐지수집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8.8%이었다. 25%의 응답자는 다른 일자리 제공 시 중단하겠다고 답했는데 ‘건강상의 문제’(72.5%)가 중단 시 고려사항으로 가장 많았다.
폐지수집 노인의 93.2%는 기초연금을 받았고 공적연금은 24.9%,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2.7%가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소득원은 기초연금 49.9%, 폐지수집 활동 15% 등으로 기초연금과 폐지수집 활동 수입의 비중이 65%에 달했다.
폐지수집 노인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 건강하지 않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32.7%로 조사됐다. 전체 노인이 응답한 ‘건강함’(56.9%), ‘건강하지 않음’(14.7%)에 비해 스스로 덜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지수집 노인 중 ‘우울 증상’ 보유 비율은 39.4%로 전체 노인(13.5%)보다 2.9배 많았다.
85.9%의 폐지수집 노인이 65세 이전 경제활동 수행 경험이 있었다. 평균 경제활동 기간은 23.7년이다. 폐지수집 노인 중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는 비율은 79%였다. 노인일자리 참여 의향이 있는 비율은 47.3%에 달했으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9%에 그쳤다.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내년 1월부터 지자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수집 노인 전수조사를 하고, 주기적인 현황 점검을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자체는 전수조사 후 근로 능력이 높거나 소득 활동 욕구가 있는 노인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월 76만원 소득)로 안내하고, 폐지수집 활동을 지속하려는 노인은 폐지수집 활동과 유사한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가칭)’(월평균 38만원 소득)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또 보건·복지서비스도 통합 지원해 지역사회에서의 고립과 누락을 방지한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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