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외투 벗어야", 北 "중앙정보부 배제"... 박정희 대화 제안 왜 무시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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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월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측과 신경전만 벌이다 불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73년 8월 '김대중 납치사건', 74년 11월 '북한 땅굴 발견' 등의 여파로 75년 남북대화가 중단된 지 4년 만에 남북 대표가 접촉했으나 다음 단계로 진전되지 못했다.
북측은 남북 유엔 동시가입을 주장한 박 전 대통령의 73년 '6·23 선언'과 남북 대화에 관여하려 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를 대화 파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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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납치사건' 계기 중단됐던 대화 4년 만에 재개됐지만
남 '남북조절위 정상화' vs. 북 '민족통일준비위' 구성 갈등
북한 "중앙정보부 틀 유지한 조절위 기능 상실…새 단장 해야"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월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측과 신경전만 벌이다 불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73년 8월 '김대중 납치사건', 74년 11월 '북한 땅굴 발견' 등의 여파로 75년 남북대화가 중단된 지 4년 만에 남북 대표가 접촉했으나 다음 단계로 진전되지 못했다.
북측은 남북 유엔 동시가입을 주장한 박 전 대통령의 73년 '6·23 선언'과 남북 대화에 관여하려 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를 대화 파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북측은 대화 조율 과정에서 중정 배제를 요구하고 정부 대표가 아닌 사회단체를 앞세우며 남측을 무시했다.
통일부가 28일 공개한 1979년 1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남북회담 문서에는 1979년 양측의 정치 공방이 담겼다. 남북회담 문서 공개는 4번째로, 지난 7월에 이어 5개월 만이다.
북측이 협상 창구로 사회단체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내세웠다. 조국전선은 남북통일을 위해 활동한 단체이지만, 적화통일을 위한 '남조선 혁명' 수행의 하청기관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었다. 북측이 조국전선을 앞세운 건 72년 7·4공동성명의 후속협의 창구인 남북조절위원회의 존재를 부정하고 우리 정부를 얕잡아 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회담 문서에 따르면, 우리 측 대표인 민관식 남북조절위 부위원장은 "정부 대표가 왔으면 정부대로 다하고 나와야지 그 앞에 무슨 조국전선이네 하는 긴 외투를 입고 나오냐"며 "외투를 벗으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접촉에서도 "남북조절위원회의 소멸은 7·4남북공동성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남북조절위원회는 이미 사라졌다며 새로운 대화창구를 마련할 것을 고집했다. 특히 중앙정보부가 전면 배제된 정당 또는 사회단체 주도의 협의창구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북측 대표인 권민준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남북 유엔 동시가입) 선언을 계기로 남조선 측에서는 대화를 통일이 아니라 민족분열을 영구화하는 데 이용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나라의 통일을 지향하는 인민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조선 중앙정보부 성원들은 해외에 나간 민주인사까지 백주에 납치해 오는 수치스러운 범죄적인 행동까지 저지르지 않았나. 조절위원회 권능은 여지없이 파탄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남북의 신경전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남북대화는 재개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화 제의가 거절당한 것이다. 이후 1979년 7월 미국까지 합세해 한미 양국은 북측에 3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바로 거부당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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