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난 정세균 `현애살수` 강조… 사실상 사퇴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의 분열을 막고 수습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벼랑 끝에 매달려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는 의미인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는데, 지난 2006년 민주당 전신인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할 때 쓴 표현이기도 하다.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나 그 이상의 희생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 전 총리와 이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정 전 총리와 이 대표는 1시간 40여분 간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최근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는 모양새가 있어서 걱정스럽다"며 당내 상황을 우려했다. 특히 "공천 문제 같은 경우 매우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게 대표가 진행해 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분열양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 등 비명(비이재명)계 인사가 당내 검증 단계에서 탈락한 뒤, '이낙연 신당으로 가겠다'는 등 불거진 갈등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전 총리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은 총선에서) 아무 역할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총리 등 문재인 정부 '3총리'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관측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다.

정 전 총리는 "특단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당의 분열을 막고 수습할 권한과 책임은 당대표에게 있으니 그렇게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자성어 현애살수를 언급했다. 백범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거사 전 전했던 말로, 희생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표직 사퇴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권 수석대변인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그렇게 하면 당도, 나라도 대표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권 수석대변인은 '결단'이 비대위 구성이나 2선 후퇴와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단의 대책과 과감한 혁신을 얘기했기 때문에 2선 후퇴, 비대위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형 비대위,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등 쟁점에 관한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정 전 총리의 조언에 "비상한 시기"라며 "내년 총선이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선거"라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 두 개를 조화롭게 하느 것이 어렵다. 조화롭게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