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계 반발에 사실상 ‘백기’…총수 일가 고발지침 개정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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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를 원칙적으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지침 개정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 같은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고발 지침 개정에 나선 공정위는 지난 10월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관여 여부를 주로 따지는 '중대한 위반'이라는 문구를 없애는 방향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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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반발·여론 의식한 제도 개선 포기에 지적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를 원칙적으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지침 개정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에 따라 재계 반발과 여론을 의식해 제도 개선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 행위 고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을 개정해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행정예고안의 핵심 내용이었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법인의 사익편취 행위에 지시·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한다'는 내용이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침상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 관련 고려 사항에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 '중소기업 또는 소비자 등에 미친 피해 정도'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고려사항 중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과 무관한지 여부'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으로 수정됐고, '조사 협조 여부'는 '조사·심의 협조 여부'로 바뀌었다. 고발 관련 고려 사항이 일부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원안과 다름없는 개정안이 된 셈이다.
공정위가 이번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오너의 직접적인 지시 증거가 없는 경우더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법 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고발 지침 개정에 나선 공정위는 지난 10월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관여 여부를 주로 따지는 '중대한 위반'이라는 문구를 없애는 방향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후 재계는 개정안에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관여 여부에 대한 명백한 입증 없이 특수관계인을 원칙적으로 고발하는 것은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재계 주장을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받아들여 개정안 내용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히고 결국 지침 개정을 철회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제도 개선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졌다. 공정위는 지침 개정보다 법 집행을 통해 당초 추진 취지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제 권력'을 의식해 제도 개선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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