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용, GDP 2.27배 '최대'…한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영향 제한적"(종합)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의 빚을 합친 민간신용 비율이 227%를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융시스템의 단기 안정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도 4개월 연속 높아졌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번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태영건설 사태의 금융 시장 영향을 제한적으로 판단하고, 부동산PF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대주단의 자율적 협약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가계빚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할 수준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지속되야 한다고 봤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은 올해 3분기 말 227%로 추정됐다. 2분기(225.7%)보다 높은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민간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 200%를 넘어선 후 같은해 3분기에는 210%를 돌파했고, 지난해 1분기부터는 220%를 웃돌고 있다. 올해 1분기(224.5%)에는 고금리 영향에 주춤했지만, 2분기(225.7%)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민간신용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스템의 단기적인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달 19.3(주의단계)로 10월(18.4)보다 높아졌다. FSI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인 11월(24.3)을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이다가 지난 8월(17.3)부터 반등해 에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신용 비율 증가세를 이끈 것은 기업대출이다. 올해 3분기 기업신용 비율은 125.6%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대출과 채권 등을 명목 GDP와 비교한 수치인 기업신용 비율은 2018년 1분기(93.2%)부터 23개월 째 오름세다. 특히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비은행권 기업대출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비은행권 대출 비중은 2019년 말 25.7%에서 올해 3분기 32.3%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은 각각 176조원, 44조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금융 리스크가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할 때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사태에 대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시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시장 위험이 확대될 경우 한은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금융안정국장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와 달리 현재는 저축은행의 비중이 크지 않고, 여러 자금조달 수단이 활용되면서 많은 금융기관들이 얽혔다는 점에서 특정 섹터가 크게 데미지를 입기는 어렵다"고 봤다.
금융권 전반의 부동산PF에 대해서도 위기 단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을 보였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제 차익을 적절히 관리하고, 부동산PF 정리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대주단들이 자율적 협약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자구 노력을 통한 구조조정 유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 3분기 기준 101.4%를 기록했다. 전분기(101.7%)보다 하락했지만, 2020년 3분기(100.5%) 이후 13분기 연속 100%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면서 올해 3분기 말 현재 8.86%로 비취약차주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3분기 1.91%로 은행(0.35%) 대비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한은은 가계부채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중장년층의 대출 비중이 올해 1분기 중 49.1%에서 2~3분기 중에는 50.5%로 늘어난 반면, 청년층은 1분기 39.1%에서 2~3분기 37.6%로 축소됐고,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은 1분기 55.7%에서 2~3분기에는 61.6%로 확대된 반면, 저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의 경우 같은 기간 중 11.4%에서 9.3%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다.
다만, 한은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대내외 충격에도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고소득층이 빌려가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됐다. 나중에 부실화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라면서도 "전세 대출과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 등에도 큰 틀에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적용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차질없이 시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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