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넘어 9만 전자로"…'삼전개미', 증시 폐장일 부푼 꿈
연말 외인 자금 몰려 저점 대비 40%대 상승세
주주 반응도 비명에서 환호로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소액주주 비중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연말 증시에서 등등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더니 2년 만에 주당 8만 원은 물론, 역대 최고가인 9만 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외인과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뚜렷하고 반도체 업황 회복과 'CES 2024' 등 호재도 남아 있다. 호실적에도 2년 넘게 주가가 횡보하면서 속앓이했던 '삼전개미'(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액 투자자)들의 환호성이 연말·연초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8일 오후 2시 23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날과 동일한 7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 전 거래일 대비 1.90%(1400원) 오른 7만48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 후 숨 고르기에 돌입한 결과다. 향후 4일간 장이 열리지 않아 매도 우위 성향이 짙던 증시 폐장일(28일)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19일부터 27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 릴레이를 이어가는 동안 주가 상승률은 7%에 달한다. 52주 신저가(1월 3일, 5만4500원) 대비로는 43.12%(2만3500원) 오른 수치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8000원을 기록한 것 역시 2021년 12월 30일(7만8300원) 이후 2년 만이다.
연말 삼성전자의 강세 배경으로는 개인의 '팔자'에도 외인과 기관의 '쌍끌이'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우선 개인은 삼성전자가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는 동안 1조7257억 원을 순매도했다. 주가 그래프가 연일 빨간불을 켜자, 삼성전자 주식을 오랜 기간 들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손절매'하거나 환호 속 차익을 실현한 여파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외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 각각 8219억 원, 9374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개인의 외면을 상쇄했다. 삼성전자를 향한 외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배당기준일, 배당락, 폐장일 등이 겹쳐 전통적으로 매도 우위 성향이 짙던 연말에 일어난 일로 상승세를 증명한다.
특히 외인은 12월 한 달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들여 눈길을 끈다. 외인은 지난 1일부터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조4900억 원어치 순매수하면서 이 기간 외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삼성전자를 올렸다. 12월 외인 순매수 2위 기아(2665억 원), 3위 SK하이닉스(2541억 원), 4위 셀트리온헬스케어(2479억 원), 5위 HLB(1953억 원)까지 순매수액을 다 더해도 삼성전자 한 종목에 순매수한 금액이 5000억 원을 앞선다.
주주들의 반응도 비명에서 환호로 바뀌고 있다. "몇 층에 묶여있어요?", "들리세요? 전 옥상이에요", "예·적금 금리로 알아보는 삼성전자 주가" 등 그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향한 부정적인 '밈'(Meme)들은 "쉿, 8만 전자 가는 거 비밀이에요", "군대도 아닌데 전역하는 기분이 든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옴" 등 희망 섞인 반응들로 채워진다.
아울러 주주들은 내년 초 8만 전자를 넘어 역대 최고가인 9만6800원(2021년 1월 15일)을 경신하는 게 아니냐는 부푼 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쇼크를 겪은 뉴욕 증시가 다시 본궤도에 오르고, 삼성전자에 유입되는 외인 투자금의 증가세, 바닥을 찍고 상승할 일만 남았다는 반도체 업황 전망 등 상승 동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내년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도 삼성전자 주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가도 밝은 전망으로 '삼전개미'의 환호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등 오랜 기간 침체했던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도 내년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해석에서다.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 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향한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5조 원으로 전사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HBM·DDR5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이 확대되고, 감산 효과 극대화로 디램(DRAM) 평균판매단가(Blended ASP)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손환입을 추정케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가가 전망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약 9만1600원이다. 증권가가 책정한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상치도 올해(7조3443억 원)보다 4.6배 높은 33조8109억 원에 달한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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