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이 얼마나 아찔했으면…한화는 '보험용' 이재원이 필요했다, SSG 자진 방출→5000만원 재기 기회
[OSEN=이상학 기자] 한화 이글스가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베테랑 포수 이재원(35)을 영입하며 안방을 보강했다.
한화는 28일 이재원과 연봉 5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마쳤다. 지난달 중순 SSG에 방출을 요청하며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이재원은 새로운 팀을 찾았고, 포수 뎁스 강화를 원한 한화와 뜻이 맞았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우승 등 경험이 풍부한 이재원을 영입해 최재훈, 박상언의 뒤를 받칠 백업 포수 자원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손혁 한화 단장은 "최재훈과 박상언 외에 경험 있는 포수가 부족하고, 부상에 대한 대비와 뎁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재원을 영입했다"고 밝힌 뒤 "유망주 허인서가 내년 시즌 후반기 상무에서 복귀할 때까지 이재원이 포수진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최근 2년간 주전 최재훈, 백업 박상언 체제로 포수진을 운영했다. 허관회, 이재용 등 젊은 포수들이 퓨처스에서 뛰고 있지만 1군 경험이 많지 않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장규현, 현역으로 제대한 안진 등 젊은 포수들이 꽤 있지만 전반적인 뎁스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 한화는 지난 7월말 주전 포수 최재훈이 문학 SSG전에서 5회 상대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백스윙하는 과정에서 방망이에 왼쪽 손등을 맞아 포수진에 비상이 걸릴 뻔했다. 다행히 미세 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3경기만 결장한 것으로 끝났지만 한화로선 아찔한 순간이었다. 7월에 3할대(.302) 타율로 타격 상승세였던 최재훈은 부상 이후 8월에 1할대(.163) 타율로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한화는 8월에 5승15패2무(승률 .250)로 1년 중 가장 고전했다.
수비는 안정적이지만 올해 타격이 정체됐던 백업 박상언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재원 같은 베테랑 포수가 필요했다. 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포수 유망주 허인서가 내년 7월 전역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전체적인 뎁스 강화와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이재원을 영입했다.
이재원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 중 한 명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SSG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재원은 올해까지 18년을 원클럽맨으로 몸담았다. 1군 17시즌 통산 성적은 1426경기 타율 2할7푼8리 1087안타 108홈런 612타점 374볼넷 623삼진 출루율 .351 장타율 .411 OPS .762.
데뷔 초에는 대타 요원으로 활약했다. 좌투수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이며 2007년, 2008년,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레전드 포수 박경완이 은퇴한 뒤 포수 마스크를 썼다. 풀타임 주전 첫 해였던 2014년 120경기 타율 3할3푼7리(412타수 139안타) 12홈런 83타점 OPS .920으로 활약하며 안방에 안착했다.
2015년에도 개인 최다 17홈런 100타점 시즌을 보내며 공격형 포수로 존재감을 높인 이재원은 2018년 주장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해 130경기 타율 3할2푼9리(407타수 134안타) 17홈런 57타점 OPS .919로 맹타를 휘둘렀고, 우승 기여도를 인정받아 시즌 뒤 4년 총액 69억원 FA 대박까지 터뜨렸다.
무옵션 계약으로 구단에서 이재원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2019년에는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451타수 121안타) 12홈런 75타점 OPS .717로 나쁘지 않았지만 2020년 1할대(.185) 타율로 성적이 급락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2년에도 105경기 타율 2할1리(234타수 47안타) 4홈런 28타점 OPS .574로 개인 성적은 저조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불안함을 노출했다.
시즌 후 FA 자격을 다시 얻었지만 신청하지 않은 이재원은 올해는 1군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4년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 가장 적은 27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 9푼1리(44타수 4안타) 무홈런 2타점 OPS .242로 안타까운 성적을 냈다. SSG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밀려났고, 시즌 후 방출을 요청했다.
18년 몸담은 팀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다. 당시 이재원은 "18년간 함께한 프런트에 미안하고,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다. 좋은 팀에서 뛰었다. 우승도 많이 했고, 주축 선수로서 행복한 기억이 많다. 여기서 은퇴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몸 상태는 좋다. 그래서 더 해보려고 한다"고 팀을 떠나게 된 속내를 밝혔다.
무적 신분으로 한 달 넘게 있었지만 일찌감치 한화와 연결된 이재원은 해를 넘기기 전 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정경배 수석코치, 박재상 주루코치, 정우람 잔류군 플레잉코치 그리고 선수로는 지난달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옮긴 김강민과 함께 이명기, 이태양 등 SK 시절 함께한 인연들이 팀 내에 많아 적응은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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