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 'AI, 왕도로 가는 길'
[IT동아 남시현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어느덧 저물어간다. IT 시장에서 2023년은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생성형 AI)’이라는 뚜렷하고 명확한 키워드가 관통했으며, 그 추세는 내년에 이어 그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생성형 AI가 IT 시장에 미친 영향은 압도적이며, 그 파급력은 10여 년 전 스마트폰이 보급되었을 당시만큼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에 가까운 4773.45를 달성했으며,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역대 최고치인 4230.93에 가까운 4207.45를 기록한 상황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반도체 시장 전체가 내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격랑의 시기가 될 2024년의 반도체 시장에 대해 고찰해 본다.
‘생성형 AI’로 새로운 가능성 열린 시스템 반도체
내년에 가장 주목받을 기업은 인텔이다. 펫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는 2021년 취임과 함께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발표하고, 4년 간 다섯 단계의 공정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23년 말 현재 인텔은 ‘인텔 4’ 공정의 인텔 코어 울트라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내년에 약 2nm 상당의 20A(옹스트롬) 공정은 물론 18A까지 돌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2년 간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130조 원 이상의 반도체 관련 투자를 이끌어냈고, 지난 26일에도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약 32조 원) 상당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024년은 물론 2025년 이후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2월 25.14달러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27일 기준 50.76달러를 기록한 상태다.
AI 측면에서도 전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15일, AI 전용 처리 장치 NPU가 탑재된 인텔 코어 울트라로 온디바이스AI 시장의 길을 열었고, 전작 대비 처리 속도를 최대 4배까지 늘린 ‘가우디 3’ AI 가속기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인텔이 지난 몇 년 간 보여준 행보를 고려하면, 2024년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AMD는 온디바이스 AI 장치와 서버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린다. AMD는 지난 12월 7일, AI 기능을 강화한 AMD 라이젠 8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공식 출시했다. 라이젠 8045 및 8040 제품군은 업그레이드된 XDNA AI NPU를 탑재해 최대 39TOPS(1TOPS당 초당 1조 번 연산 처리)의 내장 AI 처리 성능을 제공하며, 오는 2024년 1분기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한다. 아울러 젠5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I 처리 성능을 강화한 코드명 ‘스트릭스 포인트’ 프로세서도 내년 중 출시해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척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인스팅트 MI300 데이터 센터 GPU 가속기 제품군을 통해 대형언어모델과 생성형 AI용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서고, 2017년부터 시작한 서버 CPU 시장 점유율도 3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머큐리리서치가 조사한 AMD의 서버용 CPU는 첫 출시 당시 점유율이 0.8%에 그쳤지만, 올해 3분기 기준 23.3%를 달성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AMD는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에 영향을 많이 받고,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의외로 엔비디아는 2024년을 잠잠하게 보낼지도 모른다. RTX 4080 단종 등을 예견한 유튜버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Moore’s Law is Dead)는 엔비디아의 RTX 5000 시리즈에 해당하는 코드명 ‘블랙웰’이 2024년 4분기에 공개되고, 2025년에 출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내년 초에 200달러 미만의 RTX 3050 6GB 보급형 그래픽 카드와 40 시리즈 슈퍼 그래픽 카드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블랙웰이 2025년에 출시된다면 내년 중 게이머를 위한 새로운 설계의 그래픽 카드는 출시되지 않는다.
대신 최고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엔비디아 H200 그래픽 카드,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이 본격적으로 고객사에 인도되며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x86 기반의 훈련 및 추론 반도체인 B100, B40 등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고, GH200에 이은 GB200과 GB200NVL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게이머에게 있어서는 혹한의 시기가,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성능 상한선을 다시 긋는 해가 될 것이다.
엔비디아 대체할 AI 가속기 업체들, 속속 성과 낼 듯
한편 내년에는 Arm 기반 반도체, 그리고 오픈소스 AI 반도체 기업들도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Arm은 코드명 차베르톤 아키텍처와 크레이크 GPU로 구성된 TCS24를 공개해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강화할 것이고, 또 온디바이스 AI용 모바일 프로세서와 저전력 서버 프로세서 등의 수요를 흡수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AWS 등 주요 고객사들이 서버용 AI 가속기에서 탈 Arm 행보를 보이지만, x86 시장에서 Arm으로의 전환과 스마트폰용 AP에서 AI로의 전환이 기대되고 있고, 이로인한 수익 다변화와 시장 유연성에 힘입어 큰 무리없이 성장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삼바노바나 세레브라스, 영국의 그래프코어, 짐켈러가 이끄는 텐스토렌트나 2세대 AI 반도체인 ‘레니게이드’ 출시를 앞둔 퓨리오사AI 등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슈퍼 사이클’ 기대감 커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이 13.1% 증가한 5880억 달러(약 75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메모리 부문에서만 전년 대비 매출이 약 40% 증가한 1300억 달러(약 167조 40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역시 2024년 D램 수요가 약 13% 증가할 것이며, 인텔 코어 울트라와 서버 시장이 각각 12.4% 및 17.3%씩 성장해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2GB DDR5와 AI 부문의 수요를 통해 3분기에만 매출이 15.9% 늘었고, 재고 수준이 높은 DDR4를 감산하면서도 2024년 하반기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내년 2분기부터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SK 하이닉스 역시 3분기에만 매출이 34.4% 증가했고, DDR5 및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출하량 증가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또한 HBM을 엔비디아, AMD,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AI 기업 전반에서 채용할 예정이어서 D램 이외의 수익 창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2023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2년 대비 5% 감소한 11억 3000만 대로 집계했는데, 다행히 24년에는 11억 7000만 대로 연간 4% 증가한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과 동남아의 스마트폰 수요로 제조사에서 메모리 재고를 흡수하고 있어 내년 1분기 중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시장이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낸 만큼, 내년에는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AI발 수요에 힘입어 원활한 시장 흐름세를 이어갈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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