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긴급 진화 나선 정부…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분양계약자 2만세대 입주 및 환급 지원
581개 협력업체, 유동성 공급
금융권, 익스포저 4.6兆 관리 가능
정부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대해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경영 정상화 지원에 나선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한 대응과 함께 2만여 분양계약자와 581개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함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 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이날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258%에 달하는 부채비율, 3조7000억원의 PF 보증 등으로 기업을 자체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태영그룹과 대주주가 산업은행에 제출한 추가 자구계획에는 그동안 시행한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함께 워크아웃을 위한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60개 PF 사업장 정상화·정리 추진… 분양계약자 2만세대 입주 지원
정부는 태영건설과 PF사업장의 정상화에 나선다.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지난 9월 말 기준 총 60개다. 본PF 42개, 브릿지론 18개다. 정부는 각 사업장의 유형과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PF 대주단 협약’과 ‘PF 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의 ‘PF 사업자보증’, HUG 분양보증 등을 통해 원활한 사업추진 또는 정리를 진행한다.
사업성과 공사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은 사업장 자체적 또는 HUG‧주금공의 필요한 지원을 바탕으로 대주단과 시행사가 기존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 1만9869세대이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이다. 정부는 이들 사업장에 대해서는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진행하거나 필요하다면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해 분양계약자가 정상적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만약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할 수 있다. 분양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에는 환급 이행 절차가 진행된다.
나머지 6개 사업장(6493세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하는 곳으로, 기본적으로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하도록 한다. 정부는 필요 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한다.
정부는 태영건설 협력사 지원에도 나선다. 태영건설은 공사 140건을 진행 중으로, 이와 관련해 협력업체 581개사와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정부는 전체 계약의 96%에 해당하는 1057건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되어 있는 만큼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 경우 협력업체는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 등을 통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기간(1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한다.
◇ 태영건설 위기, 다른 PF사업장·건설업 전이 차단 총력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다른 건설사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부동산PF 시장은 고금리상황의 장기화, 공사비용‧금융비용 상승,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으로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은 지난 9월 말 기준 374%로, 현대(122%), GS(61%). DL이앤씨(36%), 포스코이앤씨(36%) 등보다 월등히 높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다른 PF사업장과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한다. 정부는 PF 사업장 전반에 대해 과도한 자금회수가 나타나는지 여부를 상시 점검한다. 또, 정상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부실우려사업장의 정상화‧재구조화 지원을 통한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HUG·주금공의 PF사업장보증 공급, 대주단협약, PF정상화펀드 등을 통해 PF사업 재구조화를 유도한다. 비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6조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건설사 보증도 지원한다.
정부는 건설업계 전반으로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추가적인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단기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다.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한다. 또,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회피 강화와 기업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한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4조5800억원으로, 익스포저를 보유한 금융회사 총자산의 0.09% 수준이다. 익스포저 대부분도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보험업권이 보유 중이다.
다만,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PF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감안하여 보다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설치한 관계부처 합동 종합 대응반을 통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대응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조치를 신속히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 규모와 위기관리능력을 기반으로 해서 지금의 불안요인들이 해소되고 (PF 시장의)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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