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발 뺀다?…'두 개의 전쟁'서 출구전략 짜는 미국
"美, 우크라와 방어 태세 전환 논의 중"
'우크라 원조' 바닥나 우크라 방위산업 육성에 초점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러시아 격퇴'에서 '방어 강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와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 다음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에 맞춰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략을 고강도 공세에서 저강도 장기전으로 바꾸는 것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개의 전쟁'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 영토 일부 러시아에 내줘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조용히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몰아내는데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좀더 방어적인 태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미국 관리와 워싱턴 주재 유럽 외교관들을 인용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하도록 지원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개선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폴리티코에 "공식적으로 백악관은 러시아 군대를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는 우크라이나 목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겠지만 실제론 성공적이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에서 벗어나 러시아군을 상대로 더 강력한 방어를 펼치는 형태로 병력 등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방공 시스템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에 철조망과 대전차 장애물 등을 설치해 요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미 의회 상황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자체 방위 산업을 빠르게 부활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그동안 백악관은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요청했으나 여야 간 입장 차이로 지원안이 의회를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이날 보충예산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2억5000만달러(약 3223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올해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보충 예산이 없다"고 했다.
블링컨, 다섯번째 이스라엘 가는 이유
미국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강도로 전쟁 국면을 전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다음주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블링컨 장관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만나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다음달 5일께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하마스의 침공 이후 다섯번 째 방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 이스라엘 서안지구도 들를 예정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도 찾아 중동 상황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눌 방침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고강도 공습에서 저강도 장기전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데 이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이 워싱턴을 찾아 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 지지층 분열에 직면했다.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원책으로 인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아랍계 이민자들과 젊은 층들의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
"하마스 완전 제거는 불가능"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제거하겠다지만 그 목표가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 이스라엘의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최대 4만명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 중 8000명 가량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그 숫자가 어떻게 집계됐는 지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와함께 IDF는 하마스 지하터널 중 최소 1500개를 폭파했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지하 인프라가 거의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냐"며 "그게 가능하다면 전쟁은 10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스라엘 당국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정의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관련 책을 쓴 팔레스타인 언론인 아잠 타이머는 NYT에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작전에으로 인해 하마스 최고 지도부가 살해되거나 체포되고 추방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하마스는 쉽게 지휘권을 이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국제위기그룹의 팔레스타인 분석가인 타하니 무스타파는 "하마스를 뿌리뽑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NYT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파괴적인 공격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마스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최상의 결과일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 내년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애덤 젠틀슨은 "해외에서 위기가 고조되면 투표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이슈 자체에는 관심이 없지만 리더십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경 창간 60주년 구독신청 사은품 보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싼 고어텍스 입고 뒷동산 가는 건 '오버스펙'이죠" [긱스]
- 무기 주문 폭주하더니…'전쟁 수혜' 입은 1위 한국 기업은
- "최저임금 49% 대폭 인상"…선거 앞두고 초강수 둔 나라
- "다 어디 갔지"…크리스마스 대목에 외식매출 확 줄어든 홍대
- "2023년 나의 실수"…또 나온 42쪽짜리 '반성문'
- "남친과 무기 들고 파티까지"…미인대회 출신 모델의 최후
- "맞짱 뜰 기세" 中 백두산 호랑이, 승용차와 '꼿꼿 대치' 화제
- "이 멤버로는 우승"…클리스만호, 아시안컵 선수명단 발표
- 6만명 몰린 '팝스타' 콘서트서 사망한 팬, 사인 밝혀보니
- "유튜브 '몰카' 때문에 아내 죽을 뻔"…남편의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