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에 건설업계 긴장 고조… 하도급업체도 비상
태영건설은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채권은행에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통보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시행된다. 채권단과 태영건설은 기업개선계획을 세워 정상화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약 4조4100억원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약 3조2000억원이다.
회사는 지난 9월부터 일부 아파트 건설현장 하도급업체에 60일 만기 어음을 지급했다. 어음 총 규모는 8억원 이상이다. 업계는 통상 현금 지급하는 현장 발주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한 태영건설의 현 재무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은 PF차입금과 유동화증권 차환 관련 자금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약 1조원의 유동성을 조달한 바 있다. 1월 지주회사 티와이(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고 이어 9월에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차입했다.
하반기 들어 계열의 지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계열사가 일부 PF 유동화 증권을 직접 매입하고 태영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최대주주 보유 지분이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달 22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DL에너지가 최대주주로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포천파워의 지분 15.5%를 265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PF 대출 만기의 압박을 이겨내진 못했다.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에 관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의 1차 만기일이 도래했으나 대주단이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워크아웃이 사실상 확정됐다. 12월29일과 내년 1월 초 또 다른 만기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조정에 나섰다. 지난주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하향검토)'로 변경했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공사원가 상승과 영업자산 누적으로 현금흐름이 저하되는 상황에 분양예정·PF보증 사업장의 지방 분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태영건설이 늘어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한국기업평가도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태영건설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단기신용등급 전망은 'A2-'에서 'A2-/하향검토'로 각각 조정하고 나섰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에 돌입하더라도 영업활동에는 큰 제약이 없다며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됐다"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평 20위권의 대형 건설업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로 인해 건설업체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PF를 둘러싼 투자 불안이 증대된 데다 기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으로 벅찬 금융사가 늘어난 탓에 역마진을 감수하며 높은 이자를 약속한 채권도 팔리지 않는 사례가 즐비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업들의 PF 보증액은 쉽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단계에서 하도급업체들의 결제대금을 얼마나 상환하는지에 따라 2·3차 피해의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받은 이후에도 정상화 도모에 실패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다수의 하도급업체가 대금을 받지 못하는 곤경에 빠진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협력업체나 자금 지원에 협력해준 금융기관은 대금 미지급과 대출금 회수 불능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며 "PF 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거나 금융기관이 건설업계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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