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이모티콘’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뜻하게 된 이유는?
“가자지구를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연대합니다.”
인스타그램과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팔레스타인 연대 메시지에는 으레 수박 이모티콘이 함께 등장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에서도 수박을 그린 손팻말을 볼 수 있다. 수박 그림과 함께 “당장 휴전하라”는 문구를 적는 식이다.
수박의 이미지가 팔레스타인 정체성과 연대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수박이 팔레스타인을 뜻하게 된 이유로는 여러 설명이 제기된다. 우선 수박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재배되며, 팔레스타인 국기에 쓰이는 4가지 색상(빨간색, 녹색, 검은색, 흰색)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는 1967년에서 1993년 사이 팔레스타인 국기가 금지되면서 수박이 대신 표시됐다는 설명도 있다. 이스라엘의 탄압을 거치며 상징성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10월7일 전쟁이 터지며 수박의 상징적 의미는 한층 더 강화됐다. 팔레스타인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이들까지 수박을 쓰게 됐다. 작가 아마니 알카타트베는 “팔레스타인인은 수박을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으로 수십년 동안 사용해 왔다. 그러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수박은 훨씬 더 광범위한 의미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SNS에서 수박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수박 이모티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사용이 급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수박 이모티콘은 2015년 처음 등장했다. 그러다 2021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커지자 SNS에서 사용량이 늘었다. 과거 수박 깃발을 디자인 했던 서안지구의 예술가 칼레니 후라니(57)는 “충돌이 불거질 때마다 내 작품과 다른 수박 이미지가 급증했다. 전쟁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문화 및 표현에 관한 것이다. 예술은 이 갈등의 일부”라고 말했다.
해시태그나 명시적인 문구가 아닌 이모티콘을 사용했을 경우, SNS상 검열을 피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도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0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게시물들이 체계적으로 검열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예술가 리디쿨루즈(29)는 “검열을 피하려는 의도로 수박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SNS가 일반적인 과일 이모티콘을 억압할 가능성이 없어서 수박 이모티콘이 “미묘하게 틈새를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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