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표 개선 이끈 반도체… “생산·출하·재고 모두 ‘호조’”
광공업 3.3% 증가… 1년 반 만에 가장 큰 증가폭
분기 초→말, 반도체-경기지표 ‘나쁨→좋음’ 패턴
“12월까지 호조세 이을 듯… 회복 않는 내수 복병”
11월 산업활동 지표의 개선은 무엇보다 ‘반도체의 선전’이 견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의 생산과 출하가 모두 증가하고, 그간 복병으로 꼽혔던 재고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전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생산·출하·재고 등 모든 측면에서 건전한 형태로 회복되는 모습이다.
올 한해 경기 지표는 유독 반도체 성적의 등락에 따라 좌우되는 ‘동조화 현상’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가 부진한 분기 초에는 경기 지표도 좋지 않고, 반도체가 살아나는 분기 말에는 경기 지표가 덩달아 개선되는 패턴을 보였다. 정부는 4분기 말인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근거로, 올해 마지막 달에도 양호한 경기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11월 산업활동 호조, ‘반도체 선전’이 견인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3.3%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의 증가 폭은 1년 반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광공업 생산 호조는, 서비스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全)산업 생산(0.5%)의 증가를 끌어냈다.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부문의 생산지수가 전월 대비 12.8%나 급증했다. 기계장비 부문도 8%나 증가했는데, 이 업종 역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설비와 연관된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광공업 생산 증가 폭 3.3% 중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 설비인 기계장비 부분이 대부분인 3.2%포인트(p)를 기여했다”며 “이번 달 광공업 생산 증가는 반도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지난달 생산 지수뿐만 아니라, 출하·재고 등 여타 지표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출하는 전월 대비 30.2% 증가했고, 재고는 3.8% 줄었다. 반도체 재고 감소세는 9월(-6.7%)·10월(-7.6%)·11월(-3.8%) 등 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석 달째 반도체 재고가 감소한 것은 약 13개월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이 과장은 “그간 반도체 경기의 가장 부정적 요인 중 하나가 재고가 너무 많이 쌓인 탓이었다”면서 “최근 재고 조정이 일어나는 것은 추후 업황 회복이 지속 가능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좋은 신호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창고에 쌓인 재고가 소진되고 출하는 활발해지면서, 전체 제조업의 재고율(재고÷출하 비율)도 개선됐다. 전월 대비 8.9%p 하락한 114.3%를 기록한 것이다.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를 통해 그 흐름을 살펴보면, 경기 ‘둔화·하강’ 쪽에서 ‘회복·상승’ 쪽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지표의 개선에 힘입어 일부 경기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째 감소하고 있어 여전히 부진하지만,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째(8월 보합)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선행지표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재고순환지표(출하 증가율-재고 증가율)가 5.3% 증가하고, 수출입물가비율(수출물가지수÷수입물가지수×100)의 감소 폭도 차츰 줄면서다. 지난달 선행지수는 99.9를 기록해 100에 육박했는데, 100을 상회하면 추세 이상의 성장을 한다는 뜻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향후 5~6개월 뒤의 경기 상승이 전망되는 대목이다.
◇ 올해 경기지표 등락, 반도체가 좌우… “내수 보강 주력”
11월 성적표에서 볼 수 있듯, 결국 반도체 업황 회복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경기 회복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지난달에만 국한돼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반도체 업황은 분기 초에 부진하고 분기 말로 갈수록 개선되는 특성을 보이는데, 올해 산업활동동향 지표도 이런 흐름에 동조화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를 돌아보면 산업활동 대표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부진을 보이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난 달은 분기 초인 1·7·10월 총 세 차례였다. 단 4월엔 설비투자·건설기성 투자 증가로 트리플 감소 기록은 면했다. 이 과장은 “반도체가 분기 단위로 급격하게 하강했다가 반등하는 모습이 유사하게 경기 지표 동향을 좌우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올해 나머지 업종들이 무난하고 평탄한 추이를 보였기 때문에, 더욱 반도체의 영향력이 부각된 것”이라고 했다.
이런 패턴을 고려할 때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 산업활동 지표에서의 양호한 흐름이 기대된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수출 성적 흐름도 긍정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달 반도체 월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선박 수출액 역시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30억달러 초과의 성적이 예상된다.
다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가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소매 판매 지수는 전월 대비 1% 증가하긴 했으나, 그간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회복세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지난달 소비 증가의 100%를 자동차 소매 판매가 오롯이 기여한 만큼,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등 대규모 쇼핑 행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이승한 과장은 “수출이 살아나면 설비투자가 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 소득과 내수가 좋아지는 순서로 경기가 회복되는데, 단계별 시차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가 체감 경기 회복의 관건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내수를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가 현재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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