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에게서 처음 사람 대접 받아봤다”…깊은 위로 주고 떠난 ‘나의 아저씨’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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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인생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동훈'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파견직으로 일하면서 투명인간으로 살았으나 동훈에게서 처음 사람 대접을 받아봤다고 했다.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망가진 거 같은데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망해도 괜찮은 거였구나 안심이 됐어요."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사실 망한 측면이 있다.
유라의 말대로 "망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아저씨'가 주는 깊은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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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의 삶은 구차했던 게 사실이다. 회사에서는 승진에 누락됐다. 아내는 대학 후배인 직장 상사와 바람이 났다. 형과 동생은 사실상 실업자다. 하지만 그의 대화를 엿들은 지안은 회사 임원들 앞에서 그의 편이 되어준다. 파견직으로 일하면서 투명인간으로 살았으나 동훈에게서 처음 사람 대접을 받아봤다고 했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회사에 감사하다고 했다.
현실 속 이선균에게도 그의 편이 되어줄 ‘지안’이 분명히 여러 명 있을 것이다. 그의 드라마에 웃고 운 팬이 어디 한 둘인가. 그가 이 같은 사실을 느꼈다면 잔인한 세상을 버틸 힘을 조금은 더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에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힘든 인생이라도 어딘가에는 자기편이 꼭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갈 힘을 내야 한다.
‘나의 아저씨’의 또 다른 한 장면도 기억난다. 무명 배우 유라가 동네 술집 ‘정희네’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망가진 거 같은데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망해도 괜찮은 거였구나 안심이 됐어요.”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사실 망한 측면이 있다. 왕년에 은행 부행장이나 기업 임원, 영화감독을 했지만 이제는 모텔에 수건 거는 일을 하거나 실직자가 된 신세다. 하지만 그들은 우정을 나누며 즐거워한다. 유라의 말대로 “망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아저씨’가 주는 깊은 위로다. 그 위로를 정작 주인공인 이선균은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의 명복을 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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