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단→골든걸스' 가요계 선배들의 재도전기 통했다[2023 연말결산]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N세대 아이돌이 속속 등장해 K-팝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올해 예능으로 그려진 가요계 대선배들의 재도전기가 주목받았다.
최근 가요계 경향을 살펴보면, 뉴진스(NewJeans), 아이브(IVE), 르세라핌(LE SSERAFIM) 등 데뷔 1~2년 차 신인들이 대다수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라이즈(RIIZE) 등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의 '괴물 신인'들이 등장하며 다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그런 만큼 최근 가요계는 싱그러운 신인들의 녹음으로 가득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트렌드에서 무대에 쉽게 설 수 없었던 '가요계 레전드'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 것일까. 방송계에는 이를 반영한 예능이 하나둘 등장했는데, 모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이끌어냈다.
지난 5월에는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가 막내 화사와 함께 의기투합했다. 약 3달 동안 여정을 이어온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한 김태호 PD의 작품이다.
지난해 티빙 '서울 체크인' 촬영 중 언급됐던 이효리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돼 만들어진 '댄스가수 유랑단'은 전국 각지를 돌며 팬들의 일상과 함께했다. 이들은 대학 축제, 콘서트뿐만 아니라 태권도 대회장, 소방서 주차장, 낭만포차 거리 등에서도 무대를 선보이며 가깝게 호흡했다.
방송에서는 화려한 무대뿐만 아니라 이를 준비하는 아티스트의 노고가 담긴 뒷이야기도 함께 담겼고, 시청자들은 이에 박수를 보내며 여정을 함께 했다.
비록 이들이 선보인 무대가 편곡 위주였다는 것에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는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변함없는 실력을 증명했다.
시청률은 평균 3~4%를 기록해 크게 흥행했다고 볼 수 없지만, 지난 7월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댄스가수 유랑단' 서울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이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대중이 많았음을 방증했다. 하지만 해당 공연은 재입장 불가, 공연 지연, 관객 정숙 강요 등 진행 관련 논란이 일어 마무리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0월에는 저마다 '불후의 명곡'을 내놓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가 KBS 2TV '골든걸스'를 통해 재도약에 나섰다.
'골든걸스'는 박진영 프로듀서를 필두로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로 이뤄진 155년 경력의 국내 최고의 神급 보컬리스트의 신(神)인 디바 데뷔 프로젝트를 그린다.
시청률 3~5%를 기록하며 올해 KBS 금요일 동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골든걸스'는 OTT에서도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상파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웨이브에서는 일일 시청 순위 중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골든걸스'는 '댄스가수 유랑단'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도합 경력으로만 155년인 이들은 미쓰에이(miss A) 'Good-bye Baby'(굿바이 베이비), 트와이스(TWICE) 'Feel Special'(필 스페셜), 아이브(IVE) 'I AM'(아이 엠), 청하 '벌써 12시' 등 후배들의 곡을 그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특히 이들의 커버 무대는 200만 회 전후 조회 수(28일 정오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지난 1일 데뷔곡 'One Last Time'을 발매한 '신인' 골든걸스는 아이돌로만 가득한 KBS2 '뮤직뱅크'에 출연하며 무대를 펼쳤다.
당시 '골든걸스'는 아이돌 스케줄 코스인 출근길 사진을 시작으로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더보이즈(THE BOYZ)와 댄스 챌린지를 함께하며 화합의 장을 열기도 했다.
여기서 '골든걸스'의 매력을 짚어낼 수 있다. 어마어마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지만, 권위 의식이나 텃세 하나 없이 기존 문화를 강요하지 않고 신세대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3일 열린 '2023 KBS 연예대상'에서는 '골든걸스'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쇼/버라이어티 부문을 거머쥐었다. 멤버들은 매번 꿈꾸던 신인상을 받아들자 "이 나이에 신인상이라니, 꿈이 현실이 됐다"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세대만 다른 가수로서 똑같은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왜 도전인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솔로로서도 충분히 위상을 증명했던 이들은 그룹으로 뭉쳐 조화를 이끌어내야 했고, K-팝 가요계에 새로 자리잡은 문화에도 적응해야 했기에 이들의 도전을 평범함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막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신인들의 활약에도 물론 박수를 보내줘야 하겠지만, 과거 영광에만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베테랑들의 활약에도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사진=tvN '댄스가수 유랑단', KBS 2TV '골든걸스', ⓒ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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