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방출→한화 입단’ 연봉 5000만원 이재원, 마지막 명예 회복 가능할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고교 시절 대형 포수감으로 불렸던 선수였다. 기량은 또래들을 압도했다. 리더십도 뛰어났다. SK(현 SSG)는 2006년 1차 지명권을 인천고 출신 이재원(35)에게 투자했다. 당시 류현진이라는 또 하나의 좋은 선수가 지역 연고에 있었지만, 포수 세대교체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좌완은 1년 뒤 김광현이라는 또 다른 좋은 선수가 지역 연고에 있었다는 점도 고려된 선택이었다.
프로 데뷔 후는 다소간 험난했다. 팀에는 박경완과 정상호라는 좋은 포수들이 있었다. 아직 수비가 덜 다듬어진 이재원에게 열린 자리는 없었다. 공격에서 매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포수 마스크가 허락되지 않았다. ‘포수’로서 성공하고 싶었던 이재원으로서는 좌절이었다. 그렇게 군에 다녀왔고, 2014년 즈음을 시점으로 드디어 주전 포수 타이틀을 달았다. 3할을 칠 수 있는 포수였다. 희소성이 컸다.
수비력에 있어서는 다소간 논란이 있었으나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고, 무엇보다 공격에서는 어디에 내놔도 부럽지 않았다. 첫 풀타임 시즌이라고 볼 수 있는 2014년 120경기에서 타율 0.337을 기록하며 대활약했다. 한때는 4할 타율에 도전할 정도였다. 2015년에는 생애 첫 100타점 고지도 밟았다. 포수 100타점이라는 희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2할대 후반의 타율, 그리고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정상급 공격형 포수로 발돋움했다.
2018년은 경력 최고의 한해였다. 2018년 130경기에서 타율 0.329, 17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9를 기록하면서 개인 경력 최고의 공격 성적을 써내려갔다. 여기에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일조하며 주전으로서는 첫 대업을 만끽하기도 했다. 2018년 이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재원은 4년 총액 69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에 골인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후 내리막이 시작됐다. 계약 기간 4년 내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서서히 밀렸다. 2021년 107경기, 2022년 105경기에 나갔으나 주전 자리를 사수하지 못했다. 어느덧 4년 계약이 끝났고, 연봉은 10억 원에서 1억 원으로 크게 깎였다.
돈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명예 회복이 더 중요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재원은 2023년 27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김민식을 재영입해 주전 포수를 찾은 SSG는 잠재력이 뛰어난 어린 포수인 조형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길 바랐다. 이재원의 타격 성적은 2군에서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나 1군에서는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퓨처스팀(2군)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기회를 기다렸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SSG도 이재원을 2024년 전력에서는 어느 정도 제외하고 있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두 명의 포수(박대온 신범수)를 영입한 것에서 이는 어느 정도 드러난다. 이에 이재원은 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자진해 방출을 요구했다. 현역 연장의 뜻이 있었다. 이대로 끝을 내기는 너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들었던 이 팀을 떠나야 했다. 구단도 수락했다.
이재원은 자유의 몸이 된 뒤 타 구단의 오퍼를 기다렸다. 한화는 지속적으로 언급이 됐던 팀이었다. 최재훈이라는 주전 포수에 젊은 백업 포수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포수진이 확고히 정립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결국 한화와 협상이 시작됐고, 지난 21일경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한화는 28일 이재원을 연봉 5000만 원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FA 계약 기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여 팬들과 구단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의 SNS 프로필 사진은 오랜 기간 2022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김광현과 환호하는 그 장면이었다. 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가 필요했고, 어려운 결정 끝에 SSG를 떠나 한화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손혁 한화 단장은 이재원 영입 배경에 대해 “최재훈과 박상언 외 경험있는 포수가 부족하고, 부상에 대한 대비와 뎁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영입했다”라면서 “유망주 허인서가 내년 시즌 후반기에 상무에서 복귀할 때까지 이재원이 포수진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봉과 이런 멘트에서 알 수 있듯이 한화가 이재원에게 거창한 몫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원도 이제는 자신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묵묵히 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밖에 없다.
이재원은 일단 몸부터 잘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다. 신체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도 꾸준하게 운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재원은 1월부터 대구에서 훈련 속도를 높인다. 2월 호주 전지훈련 참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참가한다면 2월부터 곧바로 100% 몸 상태를 보여줘야 한다.
경력이 내리막을 타고 있지만 마지막 반등을 기대할 수는 있다. FA 계약 후 계속 부진했던 것은 조금 할 만하면 찾아오는 부상 탓이 컸다. 몸이 무너졌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출전은 많지 않았으나 그래도 몸 상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2군 29경기에서도 타율 0.333, 16타점을 기록했고 13개의 4사구를 골라내는 동안에 삼진은 단 3개뿐이었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분위기와 함께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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