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분쟁’ 애플워치, 美서 임시 판매재개

美 연방항소법원, 수입 금지 명령 일단 보류
최종 패소하면 향후 웨어러블 사업에 악영향 전망
애플 "새해 맞아 라인업 돌려드리게 돼 기뻐"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특허권 침해 분쟁으로 인해 미국에서 수입이 중단됐던 애플워치를 계속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날 일부 애플워치 제품에 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 금지 명령을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보류한다고 결정했다.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새해를 맞아 애플워치의 모든 라인업을 고객에게 돌려드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지난 10월 애플이 의료기술업체 마시모의 혈중 산소 측정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해당 기술이 들어간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지난 26일 이 결정을 확정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지난 9월 출시된 애플워치 시리즈9과 울트라2다.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이 없어 더 저렴한 애플워치SE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애플은 곧바로 법원에 항소하면서 미 관세국경보호청이 특허 침해 여부를 결정하고, 법원이 수입 금지 중단 요청을 심리하는 동안 판매 금지 명령을 일시적으로 막아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이에 ITC는 이번 수입 금지 명령이 일부 제품에 한정돼 애플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에 직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명령을 일시 중지해 달라는 애플의 요청에 반대했다. ITC는 또 애플이 소장에서 주장한 내용에 답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고 법원은 답변 제출 시한을 내년 1월10일까지로 정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특허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워치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개발해 왔으며, 이를 미 당국에 전날 제출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내년 1월12일에 이 변경 사항을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애플워치를 포함한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 사업 매출은 지난 9월 마감된 2023년 회계연도 기준 398억 달러(약 51조4000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정 싸움의 승자는 애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특허권 분쟁과 관련된 법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애플의 큰 승리"라며 "마시모는 이제 큰 싸움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향후 웨어러블 기기 사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퀴티캐피털의 수석 거시경제학자인 스튜어트 콜은 "애플은 자체 혈액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쉽게 개발할 수 있고, 이는 애플처럼 부유한 기업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애플이 경쟁사의 기술을 훔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 소송이 애플에게 좋은 홍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애플은 이번 소송이 특정 소프트웨어 자체보다 향후 건강·웨어러블 제품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며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뉴욕 증시에서 마시모 주가는 전날보다 4.57% 떨어졌다. 반면 애플 주가는 0.07% 오른 193.19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