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일파만파…건설업계 "돈 묶이면 건설사 줄줄이 타격"
"다른 건설사 타격 불가피…정부 대응 속도감 중요"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유명하고, 토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중견건설사와 달리 대형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에 23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PF 우발채무 감당 못해 결국 워크아웃 신청한 태영건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에 따른 채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이 2조389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46억원) 대비 32.4% 늘었으나 고금리와 공사 원가 상승,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PF 우발채무가 증가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4조4100억원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다.
태영건설은 내년까지 PF 대출 만기를 줄줄이 앞두고 있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이르렀다. 당장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건설 현장에서 480억원 규모 PF 대출이 만기를 맞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최후의 수단을 택한 것"이라며 "기업개선작업이지만 시장에서는 부도로 받아들일 공산이 높은데도 자구책으로 한계가 있어 이를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PF 우발채무로 인한 위기는 태영건설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8월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6월 말보다 약 29% 늘어난 규모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협력업체 공유하는 건설사 타격 있을 듯…정부 대응 속도감 중요"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태영건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문제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 나온 대형건설사의 살려달라는 요청"이라며 "태영건설이 규모에 비해 PF를 과도하게 일으킨 건 맞으나 차이가 있을 뿐 비단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업계 전반의 자금 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관련 금융시장의 위축이 있을 수 있다"며 "워크아웃이 이뤄지면 금융권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데 태영건설이 규모가 있는 만큼 큰돈이 묶이게 되면서 금융사들이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 부담이 건설사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C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업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대해서 금융사들이 현재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만기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 부도로 이어지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더 조이게 되는 악순환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하나의 협력업체를 공유하는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협력업체가 어려워지게 되면 해당 협력업체를 공유하는 다른 건설사에도 파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D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건설사들은 태영과 거래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형건설사가 힘들어지면 무수히 많은 건설사들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속도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C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메시지가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며 "다만 금융권은 시장 신뢰를 핵심으로 움직이는데 과도한 개입을 하면 정책적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맞아떨어지는 대책이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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