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란 ‘일기’ 같다.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다.”(고(故) 이선균). 그러나 그의 일기는 2023년 12월 27일 끝으로 더 이상 쓰이지 못했다. 세상을 떠난 배우 故 이선균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뉴스매거진 시카고는 27일 유튜브 채널에 ‘나의 일기는... 故 이선균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지난 10월 7일 미국에서 진행한 해당 매체와 고인의 대담 영상의 일부를 공개했다. 4분 46초 분량의 이 영상은 28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2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진행자 김호정 아나운서는 “배우의 길을 걸어간 지 20여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 본인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고인은 “너무 잘됐죠”라고 너털 웃음을 쳤다.
그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이거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을 경험했지 않나”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아 많은 할리우드 셀럽들한테 박수받았는데, 아카데미 갈 때 꿈꾸는 것 같았다. 꿈에서 좋은 패키지여행을 다닌 그런 느낌이었다. (연기) 시작했을 때 비하면 정말 용 됐다”고 했다.
진행자는 “그만큼 실력을 쌓아 오셨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자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한 거에 대해 상 주신 거 같아 굉장히 뜻깊고 의미 있다”고 했다. 당시 고인은 미국 아시안팝업시네마 영화제에 초청돼 최우수 성취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앞으로 어떤 연기를 펼치고 싶냐’는 질문에는 “앞으로도 또 다른 일기를 써나가야죠”라고 했다. 그는 “어떤 거를 굳이 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고 한 작품, 한 작품, 캐릭터 하나가 또 하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 헛되이 하지 않고 감사히 여기면서 연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하며 내재한 능력을 발견할 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단은 배우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며 저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며 “간접 경험을 통해 제가 느끼지 못한 감정을 고민해보고, 나는 어떻게 할까 가정해보는 과정들이 소중하고 재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이선균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 전에는 연기란 저한테 계속 주어지는 숙제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라서 예습이나 복습은 잘 안 하지만 저한테 주어진 숙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굉장히 숙제만 잘해도 풍성해지고 커지지 않냐. (연기가) 그렇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제 삶의 동력과 양식을 주는 게 연기”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 시점으로 얘기하면 어떻게 보면 연기는 ‘일기’ 같다”며 “오늘 상 받은 게 어느 일기장에 겹겹이 쌓인 것을 보고 ‘지금까지 한 게 나쁘지 않다’며 좀 열심히 해서 주는 상이라면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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