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고려시대 걸작 ‘지광국사탑’,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 복원
일제의 해체·반출, 한국전쟁 폭격 등 수난 110여년 만에 고향 안착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갖은 수난을 겪은 고려시대 승탑(부도)의 걸작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이 내년 하반기 중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 복원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일제강점기 당시 해체돼 일본으로 반출되는 등 타향을 떠돈지 무려 110여년 만에 마침내 제자리로 돌아와 안착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지광국사탑을 강원 원주시 법천사지 내에 있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 복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에는 제 모습을 갖춘 지광국사탑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지광국사탑은 훼손이 심해 지난 2016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완전 해체해 보존처리를 완료했고, 고향인 원주에 이전·복원하기로 함에 따라 33개의 승탑 부재 가운데 31개의 부재가 지난 8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지광국사탑의 복원 위치를 놓고 그동안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으나 결국 유적전시관 내부로 최종 확정돼 복원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승탑의 원래 자리이던 승탑원에 보호각을 세우고 그 안에 복원하는 방안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내부에 두는 두 가지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며 “24톤에 이르는 지광국사탑의 하중을 견디면서 새 보호각도 세울 필요가 없는 유적전시관이 최종 낙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광국사탑의 복원은 내년 초 석탑의 복원설계를 시작으로 지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면진대 설계와 설치, 상층 기단의 갑석(구조물 위에 뚜껑처럼 덮는 돌)을 쌓은 후 탑의 안정기를 거쳐야 한다.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현재 점검 중인 옥개석(지붕돌)과 탑신석을 유적전시관으로 옮겨와 단계적으로 모두 33개의 부재를 쌓아 올리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복원을 마무리해 보존처리가 끝난 지광국사탑의 아름다운 모습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광국사탑은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에 세워졌던 고려시대 국사 해린(984~1070)의 사리와 유골이 봉안된 승탑이다. 평면 사각의 전각구조인데, 승탑 전체에 불상과 보살·봉황·꽃 등이 섬세하고 화려하게 조각·장식돼 고려시대 승탑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아름다운 조각으로 유명한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법천사지에서 해체돼 서울로 옮겨진다. 이듬해에는 일본 오사카로 반출되기까지 했다. 다시 돌아왔지만 고향으로 가지 못한 채 경복궁 경회루 인근을 떠도는 등 모두 10여 차례 옮겨졌다.
한국전쟁 중에는 폭격으로 크게 파손되기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있던 지광국사탑은 결국 훼손이 심각해지면서 2016년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완전 해체해 대전으로 옮겨 2020년까지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지광국사탑은 지난 8월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옥개석과 탑신석을 제외한 31개의 부재가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으로 옮겨져 112년 만의 귀향을 기념하는 귀향식이 열리기도 했다.
현재 법천사지에는 지광국사의 입적 후 15년 뒤에 그의 행적 등을 기록해 세운 비석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국보)도 남아 있다.
1085년(고려 선종 2)에 세워진 지광국사탑비는 지광국사의 행적은 물론 당시 사회·문화상을 알려주는 내용들이 새겨져 있다. 화려한 조각 장식, 예술성 높은 글씨가 돋보이는 지광국사탑비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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