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워찌케” “뭐하노”…연말 안방극장 달구는 ‘사투리 열전’[스경연예연구소]
요즘 드라마 좀 봤다는 사람들 가운데서 사투리 문장 하나쯤은 말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말이 돈다. 세밑 드라마들에서 그만큼 사투리가 중요한 소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전라도 사투리가 귀를 휘어잡기 시작하더니, 충청도 사투리로 열기가 올랐다. 그리고는 경상도 사투리와 제주도 사투리가 귓전을 맴돌기 시작했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사투리의 구사가 평균 이상 돼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시작은 지난 3일 막을 내린 tvN의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였다. 이 작품에서 서목하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했다. 서목하는 전라남도의 어느 곳으로 설정된 춘삼도에서 자란 설정으로 사투리를 잘 구사해야 했다. 보통 사투리를 쓰다가 중후반부터는 서울말로 돌아오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서목하의 사투리는 끝까지 그의 성격을 대변했다.
박은빈은 드라마의 종방 후 ‘스포츠경향’과 나눈 인터뷰에서 “캐스팅 이후부터 사투리 선생님과 함께하며 말을 익혔다”고 말하면서 “사투리가 사람과 사람의 소통하는 언어이니 녹여있는 감성을 담아보자 싶었다. 사투리를 쓰다가 안 쓰는 것은 기만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투리에서 느껴지는 목하만의 정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라도 사투리의 신선함은 이후 쿠팡플레이의 시리즈 ‘소년시대’로 이어졌다. ‘열혈사제’ 이명우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1989년 충청남도 부여를 배경으로 온양에서 온 ‘찌질이’ 장병태(임시완)가 갑자기 부여농고의 ‘싸움 짱’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극에는 복고의 정서에 못지않게 능수능란한 충청도 사투리가 필요했다. 임시완 역시 두 달 정도 사투리 공부에 매달렸으며, 실제 어학연수(?)를 위해 부여에 다녀오는 열정을 과시했다. 이후 그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에 빠져 각종 라디오 방송이나 웹 콘텐츠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임시완은 최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충청도 말의 가장 큰 힘은 ‘은유’ 같다. 예를 들면 ‘문을 살살 닫아라’는 말을 ‘그래가지고 뿌러지겠슈?’라고 돌리는 것이다. 이런 임팩트가 더욱 큰 각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와 충청도를 거친 안방극장 사투리 열풍은 경상도에서 대미를 장식할 태세다. 지난 20일부터 ENA에서 수목극으로 방송 중인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극 중 거산시를 배경으로 씨름천재로 불리던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그의 친구이자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의 성장담을 다룬 작품에서 장동윤은 대구 출신답게 유려한 사투리 실력을 과시한다. 특히 이주명은 경남으로 설정된 거산 배경에 딱 맞는 부산 출신으로 역시 오리지널 사투리를 선보인다.
장동윤은 제작발표회에서 “대구 사람이다 보니 경남 사투리를 구사하는 게 어려웠다. 아주 완벽하게 경남의 말투를 구사하는 이주명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주명 역시 “다들 준비를 잘해오셔서 건드릴 것이 없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함께 출연한 이주승 등 배우들도 따로 사투리 선생님을 고용해 준비에 나섰다.
지난 2일부터 JTBC의 주말극으로 방송 중인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제주도 사투리가 등장한다. 포토그래퍼로 이름을 날리다 나락으로 떨어진 조삼달(신혜선)이 고향인 제주로 다시 내려와 재기를 준비하고 구(?)남친 조용필(지창욱)과 다시 만난다는 내용의 ‘웰컴투 삼달리’는 그 틀에 있어서 ‘모래에도 꽃이 핀다’와 비슷하다.
드라마에서는 극 중 삼달리의 주민으로 출연하는 백현주, 김미화, 윤진성, 김자영 등의 배우들이 제주 사투리를 구사한다. 지난해 방송된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다시 한번 제주도 사투리가 전면으로 나선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안방극장 사투리의 등장은 결국 조금이라도 다른 작품, 설정, 분위기를 가져오려는 제작진의 고심에서 비롯됐다. 지방의 실재감을 드러내면서 다른 서사를 꾀하려는 노력이 배우들의 사투리 습득 노력으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드라마 평론가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공간적인 배경에서 최근 작품들이 서울이 아닌 각 지역을 설정하면서, 서울 중심의 드라마보다는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획일화를 지양하고, 개별성과 참신성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일상생활 언어로서 지역언어를 살리는 표현이 한국 드라마의 다채로움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모래에도 꽃이 핀다’의 사투리 사용을 주목하면서 “성장담을 다룬 작품이고,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어도 서사가 사투리와 함께 천천히 나아가면서 지역 청년들의 고민 등을 포함하며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사투리도 역할을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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