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새해 강력한 노동개혁·규제혁신 필요"[신년사]

김종윤 기자 2023. 12.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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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경총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8일 "새해에는 노사법치주의가 더 확고하게 자리잡는 것과 더불어 불합리한 노사관행과 제도를 선진화하는 노동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갑진년(甲辰年) 신년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국가 기업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정부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킬러규제' 혁신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좀 더 과감한 규제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속세·법인세 등 조세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며 "우리 법인세와 상속세의 세율은 세계적으로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새해 경제 여건은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올해 우리 경제를 제약했던 불안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경제 회복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의 창의와 지혜의 힘이라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인들의 높은 열정과 도전으로 위기 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갑진(甲辰)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힘찬 청룡의 기운으로 여러분 모두의 소망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지난해는 격변하는 대내외 환경으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회복에 온 힘을 기울인 한 해였습니다. 러·우 전쟁에 이은 중동분쟁, 미중 패권 다툼 지속, 고물가·고금리와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부진 등 전세계적인 위기 요인과 내수 부진, 높은 가계부채 같은 대내 요인들로 우리 국민과 기업 모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2년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IMF나 코로나 팬데믹 같은 주요 위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올해는 경제 여건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만 작년 우리 경제를 제약했던 불안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경제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창의와 지혜의 힘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한 해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특히 우리 기업인들의 높은 열정,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바꿀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최근 우리 사회의 급속한 기술 진보는 다양한 신산업을 태동시키고, 이를 성장 기반으로 또 다른 기술혁신을 낳는 선순환을 통해 급속한 사회·경제 구조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반도체, IT 같은 우리 주력산업과 국가 경제에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력 제고만이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가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온 대한민국에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서도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국가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국가 기업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먼저 노동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합니다. 지난해는 우리 노사관계에 큰 위기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행위 책임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추진되었지만, 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총력을 다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 이를 막아냈습니다.

또한 우리 노사관계는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지향하는 정부의 적극적 정책 추진에 힘입어 노조파업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 정부의 정책의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사 스스로가 법과 원칙 준수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립적·투쟁적이라는 우리 노사관계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새해에는 노사법치주의가 좀 더 확고하게 자리잡는 것과 더불어 불합리한 노사관행과 제도를 선진화하는 노동개혁이 보다 강도 높게 추진되길 기대합니다.

좀 더 과감한 규제 혁신도 필요합니다. 정부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킬러규제 혁신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현장의 기업들이 체감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신산업 육성과 첨단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을 철폐하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폭넓게 인정해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은 사후에 묻는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속세·법인세 등 조세제도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법인세와 상속세의 세율은 세계적으로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법인세율 인하, 투자세액공제 확대 같은 개선이 일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쟁국보다 높은 세율을 비롯해 그간의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들은 조속히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청년층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의 인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의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져야 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충분히 공급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노동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외국인력 활용 확대 방안도 추진되어야 하며,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해소를 위한 고용서비스 업무의 확충도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확보를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총도 정부와 협력하여 중대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고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겠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22대 국회를 구성하는 총선이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22대 국회가 '기업활력 제고'와 '우리 경제 재도약'에 입법활동의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경총의 모든 노력을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처음과 같은 꾸준함으로 노사관계 선진화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며 경제단체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 하겠습니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도 혁신과 성장의 동반자가 되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에는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청룡의 기상이 깃든 꿈을 힘차게 펼쳐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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