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고사망자 첫 500명대…노동부, ‘중대재해법 효과’ 언급 피해
올 한해 산재 사고사망자 수가 역대 가장 낮은 5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노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도록 한 것이 사망자 감소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안전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효과로 볼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2년 추가 유예’를 추진 중인 정부는 중대재해법 효과에 관해선 평가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28일 “최근 3~4년간 600~700명대에서 정체돼 있던 조사대상 사고사망자 수가 역대 처음 5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내년 1월 중 정확한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이번 성과는 산업안전보건정책 패러다임을 ‘자기규율과 엄중책임’으로 전환하고,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개선하는 위험성평가 중심으로 현장 변화를 촉진하는 등 획기적인 중대재해 감축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올해 오픈채팅방을 통해 전국 사고정보를 공유하는 ‘중대재해 사이렌’, 최근 6년간 4400여건의 사고사망 사례를 분석한 정보 제공, 중대재해 사고백서 발간 등을 통해 ‘현장 맞춤형 재해예방 정보공개’의 기틀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사고사망자 감소와 관련해 중대재해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계와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50인 이상 사업장(5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1월부터 적용)에서 매년 사고사망자가 조금씩 줄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이 사고사망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노동부가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책자’를 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중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확정 통계)는 247명이다. 올해 1월 잠정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248명)보다 8명 늘었지만 확정 통계 기준으로는 1명 감소했다. 올해 1~3분기에도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명 줄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노동부 평가와 달리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안전보건관리의 전반적 체질과 문화의 개조를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1년 만에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거의 2년이 됐고, 더디지만 기소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는 언급조차 안했다”고 짚었다.
노동계는 사고사망자 감소가 자기규율 예방체계 때문이라는 노동부 해석을 “아전인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 효과에 애써 눈감고, ‘획기적인 중대재해 감축 노력을 지속해 온 결과’라는 자화자찬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찰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3년간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들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에 전력을 다해왔지만 내년 1월27일 50인 미만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엔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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