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주택사업장 22곳 2만가구…8개 사업장은 분양 보증 미가입
태영건설이 끝내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밟는다. 대형 건설사의 부실 위기가 선명해지면서 여타산업으로 미칠 파장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태영건설은 글로벌 긴축과정에서 PF대출·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재무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과 부채비율(258%)은 물론 PF 보증 규모도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참석기관은 "태영건설은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다.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단 평가했다.
태영그룹 대주주는 그간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신속하고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한다.
◇태영건설 및 PF사업장 정상화 유도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총 60개(올해 9월 말 기준). 각 사업장의 유형과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PF 대주단 협약과 PF 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금공 PF 사업자보증, HUG 분양보증 등을 통해 정리 수순을 밟는다.
사업성과 공사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은 주금공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주단과 시행사가 기존 계획을 진행한다. 이미 분양이 진행된 주택 사업장은 유사 시 HUG의 분양계약자 보호조치가 가능하다.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이 경우 PF 대주단 협약을 통한 원활한 의사결정, PF 정상화 펀드 등을 통한 재구조화 및 매각 지원 등이 이춰진다.
◇분양계약자 보호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1만9869세대)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태영건설의 계속공사 또는 필요시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분양이행 등)함으로써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환급이행)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세대)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하되 필요 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이어간다.
◇협력업체 신속 지원
태영건설은 공사 140건을 진행 중이다. 수익성을 검토해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한다. 태영건설이나 공동도급사가 공사 이행이 어려울 경우, 신탁사 또는 보증기관(공사이행, 분양보증 등)이 대체시공사를 선정하여 공사를 이행할 수 있다.
협력업체는 581개사로, 체결한 하도급 계약은 1096건이다. 이중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있다.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협력업체가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 등을 통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아(30% 이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사는 우선적으로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기간(1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한다.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미국 FOMC이후 안정적인 글로벌 금융시장, 작년 레고랜드 사태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인 국내 시장 상황, 태영건설 이슈에 대해 상당기간 동안 시장 참여자들이 모니터해 온 상황이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따른 시장 영향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불안 심리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의 규모와 내용을 적시에 대폭 확대·보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기업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한다.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는 4조5800억원(태영건설 직접 여신 5400억원, 태영건설 자체 시행중인 PF사업장 29개, 익스포져 4조300억원)이다. 익스포져를 보유한 금융회사 총자산의 0.09% 수준이다. 익스포져 대부분은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보험업권이 보유 중이다.
다만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PF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감안해 충당금 적립을 당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기관은 이날 논의가 신속히 이행되도록 지난 12월 11일 설치한 관계부처 합동 종합 대응반을 통해 대응방안을 조속히 이행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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