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우파 키워야 ‘좌파 독재’ 막는다[시평]

2023. 12.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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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좌파 득세 구조적 요인 수두룩
고성장 끝나며 우파 기반 약화
전쟁 세대 퇴조하고 지리멸렬
전방위 좌파 카르텔 더욱 견고
위장 진보가 번영과 법치 파괴
도덕적·실천적 개혁운동 절실

한국 정치에 이른바 ‘민주당 20년 집권설’로 상징되는 장기간의 ‘좌파 독재’ 시대는 기필코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한국 정치는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우파 독재’가 지배했으나, 1997년 김대중 정권의 출현 이후 현재까지 25년여 동안 좌파와 우파 사이의 교차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권 교체 패턴이 앞으로도 장기간 계속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미국식 양당 정치로 정착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패턴은 ‘좌파 독재’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기 이전의 과도기적 양상에 불과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우파와 좌파의 조화롭고 안정적인 공존과 타협, 이에 기반을 둔 양대 정당 간 상호 정권 교체 정치의 지속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반드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해서 권력을 독점하는 방식이 한국 정치에서 훨씬 더 익숙하다.

둘째, 우파 세력은 국가 지도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미숙했다. 우파는 국민에 대한 헌신·희생·봉사·나눔·솔선 등 공화제적 가치를 선도하는 ‘도덕적-실천적 지도력’의 실행에 미흡했다. 국민 위에 군림해 호령하면서, 권력과 부(富)를 독점하는 이기적인 상류층 지배 집단 행세에 탐닉했다. 또한,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체제 개혁, 국가의 내적 운영 질서와 작동 방식의 선진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무능하거나 게을렀다.

셋째, 과거의 우파 독재는 인권 탄압·불법 선거 등 민주주의 퇴행의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지속적인 고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번영에 기반을 두고 유지됐다. 그러나 고도 경제 성장 시대가 저물면서 우파 독재의 기반은 해체됐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의 급격한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미래의 좌파 독재는 경제위기·저성장·경기침체 등 경제적 불안정과 양극화의 심화를 기반으로 약진할 수 있다. 경제적 침체와 불안정은 사회적 양극화, 일자리 축소, 주택 가격 상승과 주거 불안정,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심화, 자살률 증가, 노인 빈곤 문제 등 사회문제를 낳고 있으며,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저항 세력의 양산과 불만 에너지의 응축을 유발하고 있다.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유혹하는 기본소득제, 지역화폐 제도, 마이너스 통장 제공 등 광범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논의되거나 시행되면서 좌파의 득표력을 강화하고 있다.

넷째, 우파의 지지 기반인 노년층과 전쟁 세대의 퇴조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불가피한 반면, 좌파는 해방 이후 치열하고 조직적인 사상투쟁·교육투쟁·문화투쟁을 전개해 오면서 학계·문화계·예술계·종교계·법조계 등 지식인 사회에 광범위한 동조 세력을 포진시켰다. 또한,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에 견고한 좌파 카르텔을 건설했다.

다섯째, 우파 세력의 모래알 같은 느슨한 연대 의식과 지리멸렬한 단결력과 달리, 이론적·사상적으로 무장된 좌파 세력은 강철 같은 단일대오와 결사옹위의 강고한 연대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과 온라인 미디어를 동원한 여론전과 선전선동술에서도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여섯째, 좌파 세력은 입으로는 진보·정의·개혁·공정을 외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합법적·비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우파 보수 세력을 숙청하고 권력 독점을 쟁취하려는 탐욕스럽고 무능·부패한 이른바 ‘위장 진보’ 세력에 가깝다. 좌파 독재는 국가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국가사회주의나 전체주의로 경도(傾倒)될 가능성도 크고, 과거의 우파 독재 주도로 이룬 경제적 번영의 기반마저 훼손할 것이다. 나아가 언론과 검찰 해체를 완성해 도적 떼가 매를 들고 범법자들이 천하를 호령하는 난장판으로 정치를 퇴행시킬 위험성이 있다.

결국, 한국 정치가 좌파 독재의 암울한 미래 전망에서 벗어나 국가의 실질적 개혁과 선진화로 가는 길은 일종의 총체적인 ‘도덕적-실천적 개혁운동’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우파 정치 세력의 성장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 정치를 국민 위에 군림하고 호령하기 위한 ‘출세의 직업’이 아니라, ‘공직의 정신’으로 특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발로 뛰며 봉사하는 ‘일꾼의 직업’으로 삼는 새로운 리더들이 주도해 나갈 때 한국 정치는 밝은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승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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