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脫중국 위기감[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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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분쟁이 5년 이상 이어져 오면서 우리 기업이 느끼는 피로감이 극대화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마치 이혼하는 엄마랑 살 것이냐, 아빠랑 살 것이냐를 강요하는 것만큼 가혹하면서도 유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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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분쟁이 5년 이상 이어져 오면서 우리 기업이 느끼는 피로감이 극대화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마치 이혼하는 엄마랑 살 것이냐, 아빠랑 살 것이냐를 강요하는 것만큼 가혹하면서도 유치한 일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기업에 있어 중국은 생존의 문제이고,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게임”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좋든 싫든 아직도 중국이 최대 교역국으로, 협력해야 할 것은 계속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기업이 훨씬 더 중국을 많이 방문하고 계속 투자를 약속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미국 기업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180도 다르다. 올해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 다수 미국 대기업 CEO들이 중국을 찾아 거꾸로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미국 3대 반도체 대기업 임원들은 지난 7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에 대한 규제 정책을 포기하도록 로비하는 등 압박하고 있다. 주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도 양국 정부를 향해 미·중 무역 관계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기보다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 민관 유력 인사들도 연이어 중국에서 “디커플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경제적 이득만 보장받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이래서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끊임없는 안보 위협 속에 미국·일본과 동맹 관계를 굳건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한국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 우리에게 줄을 설 것을 요구한다면 우리의 답은 정해져 있다. 눈앞 경제적 이득 때문에 미국과 서먹한 관계가 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았다는 점도 더는 못 본 척하기 어렵다. 미국은 우리 기업이 미국을 택한 대가를 보장해주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여소야대의 구도 속에 지지율이 낮다 보니 기업에 무엇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딱한 처지다.
이제 기업에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시장으로서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안보동맹을 강화한 현시점에선 그동안 서먹했던 중국, 러시아 등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다시 급변할 평화의 시대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목소리가 우리 기업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지난 10월 중국 산업경제 브리프 자료를 통해 “중국과 한국의 경제는 여전히 매우 동기화돼 있다. 단순히 중국 시장을 분리하거나 이전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신흥 산업 분야의 협력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면서 “한·중 경제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때마침 지난 20일 한국과 중국 기업인·전직 관료들이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만나 새로운 협력에 뜻을 모았다. 이제 정부가 나서 민간이 뿌린 씨앗에 물과 거름을 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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