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악순환 구조와 방송 정상화[포럼]

2023. 12. 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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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 사회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분간조차 하기 어려운 혼돈의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우리 사회는 이미 초위험사회에 들어섰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와 정치적 포퓰리즘이 서로 친화적인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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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금 인류 사회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분간조차 하기 어려운 혼돈의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이성적 합리성과 사회적 권위들이 통째로 불신받고 있는 느낌이다. 더구나 혼돈의 주범이, 이성에 바탕을 둔 과학적 지식이 만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들이라는 점이 더 당혹스럽다.

진리·정의·도덕 같은 지고지순한 가치들은 급속히 그 권위를 상실해 가고 있다. 대신 가짜뉴스로 위장된 정치적 극단주의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부정을 기반으로 하는 선동정치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중이다. 이는 구성원 간의 신뢰 즉, 사회적 자본이 무너지면서 위험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가장 큰 위험이자 불확실성인 가짜뉴스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우리 사회는 이미 초위험사회에 들어섰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메시지의 효과는 그 내용과 그것을 확산시키는 매체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전통적으로 메시지 영향력은 담긴 내용에 근거해 왔다. 문자나 구텐베르크 인쇄 활자, 대중 매체들이 메시지 보존과 확산 능력을 키웠지만, 여전히 메시지 영향력은 내용에 귀속됐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내용보다 전송 수단인 온라인 네트워크 속성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판단(majority decision)’에 의해 진실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다수결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온라인 네트워크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메시지들은 내용보다 속도와 범위에 의해 영향력이 결정된다. 합리적·숙의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이유다. 이 때문에 다수의 폭력이 다수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가짜뉴스가 사실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가짜뉴스와 정치적 포퓰리즘이 서로 친화적인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가짜뉴스를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다수의 폭력이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짜뉴스는 온라인 매체와 기성 매체가 연대해서 구축한 카르텔이 주도한다. 일부 신문·방송 같은 전통 미디어들이 생산한 가짜뉴스를 인터넷 매체들이 확대 재생산해 확산시키고, 이를 다시 언론 매체들이 받아 객관적 사실로 의제화하는 악순환 구조다.

이런 가짜뉴스 카르텔을 형성하게 하는 접착제는 바로 정치성이다. 같은 정치 성향을 지진 동종 매체들 간의 일종의 담합행위다. 이는 한국형 가짜뉴스가 ‘정치적 패권주의’와 무관치 않음을 뜻한다. 특히, 후견 체제로 정권과 유착된 공영방송의 정치적 장악은 그 중심에 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KBS의 변화는 정치적 가짜뉴스 확산을 제어할 수 있는 단초를 보여준다. 견고한 가짜뉴스 카르텔 순환 구조의 한 축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MBC를 비롯한 많은 ‘공영’ 뉴스 채널은 그대로다. 결국, 가짜뉴스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은 미디어 정상화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갈 길이 먼 이유다. 더구나 2024년은 가짜뉴스 창궐이 예상되는 총선이 있는 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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