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내는 기업이 빌린 돈,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넘었다

최온정 기자 2023. 12. 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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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빌린 차입금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 등 주력업종의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부동산·건설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늘어난 것은 전기·전자 등 주력업종의 업황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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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차입금 비중 57%
2008년엔 34.1%… “전기·전자 업황부진 탓”
부동산 대출 급증… “PF 사업성 재평가해야”

올해 상반기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빌린 차입금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 등 주력업종의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부동산·건설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간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미만인 상장기업의 차입금은 전체 상장기업 차입금의 절반 이상인 5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33.7%)보다 13.7%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2008년(34.1%)보다도 높다.

이자 상환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빌린 차입금 비중 추이. 왼쪽은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이, 오른쪽은 차입금상환배율이 6배를 초과하는 기업이 빌린 차입금 비중. /한국은행 제공

차입금상환배율(총차입금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이익으로 나눈 값)이 6배를 넘어서는 기업의 차입금 비중도 50.5%로 집계됐다. 이 수치 또한 2008년(53.3%)에 근접한 수준이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늘어난 것은 전기·전자 등 주력업종의 업황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이 18.7%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률(1.8%)도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작년(4.8%)보다 크게 하락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말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19년 말과 비교해 각각 175조7000억원, 44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늘어난 전체 대출 잔액(567조4000억원)의 38.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단기대출(은행 기업대출 기준)과 단기채권의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향후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대출은 은행권 기업 대출의 67%인 89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대출 잔액 611조2000억원, 비중 64.8%)보다 단기대출 비중이 증가했다. 1년 이하 단기채권 비중도 2019년 말 23.1%에서 올해 2분기 말 37.4%로 올랐다.

아직 전체 기업의 자금 상황은 금융위기와 비교해 나은 상황이다. 3분기 말 기준 업권별 기업 대출 연체율을 보면 은행은 0.43%, 저축은행은 7.08%다. 각각 2008~2009년 중 최고치인 1.79%, 18.91%보다 낮다. 그러나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금융시스템 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한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 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 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정책당국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PF 사업성을 재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높아진 금리 수준이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유지될 경우 기업대출 및 채권 차환리스크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별적 지원을 지속하는 가운데 계속사업이 어렵다고 평가된 기업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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