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 청년이 직접 나섰다···그린피스 기후정책 해커톤

유주희 기자 2023. 12. 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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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그린피스
[서울경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총선을 100여 일 앞둔 27일 서울 성수동에서 청년 기후정책 해커톤을 개최하고 최종 우승팀을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녹색 일자리부터 주거·기후 불평등을 포함한 기후위기 문제가 특히 2030 청년들의 당면 과제라는 인식에 따라 이번 해커톤을 기획했다. 청년이 처한 기후위기 불평등을 알리는 한편 투표권을 가진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는 기후 정책을 통해 정치권에 기후 대응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취지다.

이날 본선에는 20여 개 팀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진출해 청년 기후 관련 정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생계와 주거, 일자리, 교육 등 이들이 마주한 삶의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치열한 본선전 끝에 음식물 쓰레기 감축 정책을 제시한 에코푸디(Eco-Foodie)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 재학 중인 1인 참가자 이한슬 씨는 매일 식비를 걱정하는 자취생으로서의 고민을 정책에 녹였다. 이 씨는 카페나 식당 등의 음식점에서 팔리지 않은 음식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20% 줄면 온실가스 177만 톤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를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대상을 차지한 이한슬 씨./사진제공=그린피스

주거 관련 아이디어로 출전한 팀들의 경합도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팀명 ‘친환사이’는 친환경 기업의 물품을 구매하거나 친환경 봉사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청년 주거 대책으로 발표한 청년 주택 드림 통장과 연계해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팀명 ‘환친자들’ 역시 텀블러 사용이나 자전거 이용 등 친환경 활동에 대한 주택청약 가산점 부여안을 내놓았다.

유엔한국학생협회와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 소속 학생들인 ‘에코드림’ 팀은 최근 정부의 그린리모델링 사업 이자지원 중단과 관련해 정부가 민간 노후 주택을 매입해 그린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 청년들에게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밖에 기존의 자동차 도로를 점진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로 대체하자는 수송 부문 정책과 노후 석탄발전소를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일자리 정책 아이디어, 공유 텀블러를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제시된 기후 정책 제안을 통해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총선 선거철에만 반짝하고 마는 소모품적 청년 정치가 아닌, 기후 불평등에 노출된 청년의 삶 속을 반영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해커톤에서 대상을 차지한 에코푸디팀의 이한슬 씨는 “수상 욕심보다는 자취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잘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면서 “한국 정치에서 내놓은 기후변화 정책을 볼 때마다 얼마나 청년들을 고려했는지 의문이었다. 다가오는 총선과 22대 국회에서는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청년 세대를 고려해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부가 계획한 탄소 감축 정책 목표에 따르면 전체 탄소예산 45억 톤 가운데 2030년까지 41억 톤이 소진된다.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청년과 아동에게 남은 탄소 예산은 4억 톤에 불과하다. 청년과 아동 세대가 기성세대의 ‘탄소 감축’ 짐을 지게 된다. 이들이 기후위기에 있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그린피스는 청년들이 제시한 기후정책 제안을 포함한 정책 제안서를 내년 1월 중순 주요 정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밖에 다른 청년 단체들과 손잡고 [녹색 일자리 청년 토크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대학생들의 정당 현수막을 활용한 선거 재킷 제작 활동을 후원하는 등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적극 전달할 계획이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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