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 남북단일팀의 기적, 12년 앞당길 수 있었다
南 요구에 北 불응하며 결국 결렬…끝까지 책임 전가하기도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영화 '코리아'의 소재였던 1991년 남북탁구단일팀은 12년 전에 성사됐을 수도 있었다.
28일 통일부가 공개한 남북대화사료집에는 지난 1979년 2월27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 탁구협회 대표 간 회담 내용이 담겼다.
이 회담은 북측이 같은해 4월25일 평양에서 개최될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할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한 데 따라 열리게 됐다.
첫 번째 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듯 했다. 남측이 "체육하는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면 좋지요. 자주 만납시다"라고 말하자 북측이 "그렇게 되면 앞으로 손잡고 나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한다.
북측은 먼저 선수단 선발 문제, 공동훈련문제, 선수단 구성문제, 선수단 명칭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국제탁구연맹 등수가 높은 선수들을 먼저 선발하고 나머지는 양측에서 같은 수로 채우며 우선은 평양에서 공동훈련을 하자는 게 북측의 제안이었다. 또 남북 양쪽이 한 명씩 공동단장을 내세우고 팀이름은 '고려선수단'이라 하자고 언급했다.
이에 남측은 남북 탁구단일팀 구성은 우선 국제탁구연맹(ITTF)의 규약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단일팀 구성에 대한 합의가 3월12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탁구협회 측이 한국탁구선수단의 제35회 세계탁구선수단대회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첫 번째 회의는 국제탁구연맹의 규약에 준해야 한다는 데 남북이 이견을 보이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북측은 "직접 당사자인 남북이 합의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남측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헌장이나 규약에 빗나가는 이야기를 공동의 이름으로 내놓았을 땐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맞섰다.
회담은 공전을 거듭하다 결국 국제탁구연맹의 규약을 조금 더 검토해 2차 회의 때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어 3월5일 개최된 2차 회의에서 남측은 재차 북측이 한국탁구선수단의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참가 보장과 늦어도 3월12일까지는 단일팀 구성 문제에 합의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남측이 다음 회의까지 한국 선수단의 대회 참가를 보장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북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공전을 거듭했다.
북측은 남측이 '한국 선수단'의 대회 참가 보장을 요구하는 건 "별개의 팀으로 참가하기를 실제로 원한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측은 북한이 지난 1977년 3월 이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주최국으로 결정됐음에도 대회를 2개월 앞두고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단일선수팀 구성에 앞서 한국 선수단의 참가를 먼저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것은 남한 탁구팀의 동 대회 참가를 불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북측은 물을 마시면서 답답한 듯, "여기 물에 알코올 성분이 없나"하며 농을 던졌고, 남측은 "왜? 술 한 잔 마셔야 '좋소'하고 나오겠소?"라며 비꼬는 등 분위기는 계속 얼어붙었다.
'한국 선수단'의 대회 참가 보장 문제는 3월9일 열린 3차 회의에서도 주요 논점이 된다.
북측은 재차 "이거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의 저의! 귀측에서 표현한 말 그대로 이용하면 저의 저의는 통일팀을 구성해가지고 나가자는 합의서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남측은 "기득권(참가 권리)은 보장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떤 형태든 간에 한국 선수단은 평양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 단일팀은 성사되지 못한다고 못 박는다.
이어 3월12일 열린 4차 회의에서 남측은 '평양대회'라는 한정된 행사뿐만 아니라 북측이 앞으로 남북 간 체육 교류를 실현시킬 의사가 있다면 남측 체육인들에게 평양의 문을 활짝 열 것을 요구하며 재차 남한 대표단의 대회 참가와 관련한 모든 권리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북측은 이번엔 "'남측이 기득권을 통일팀 구성과는 배치되는 목적에 이용하지 않을 것을 담보한 사실에 유의하면서'라는 구절을 참가해 남측의 참가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한 발 물러나는 듯했다.
하지만 남측은 "제한 조건을 붙인다는 것에 명백히 하고 넘어가야겠다"면서 "아무 제한 조건 없이 보장 성명을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북측은 "우리 측의 성의 있는 노력으로 기득권 문제가 풀렸다"면서 "귀측도 응당 지금까지의 부당한 입장을 버리고 통일팀 을 구성하기 위한 옳은 입장에 돌아서야 할 것"이라며 맞섰다.
양측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이에 북측은 통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을 3월17일 다시 개최하자고 하지만 남측은 남북단일팀 구성은 결국 불발된 것이라며 추가 회담을 거부한다.
협상이 결렬될 기미를 보이자 북측은 "남측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파탄시킨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남측은 "그 결과는 세계 사람들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일축한다.
그럼에도 북측은 "17일 안 나오시겠구먼 안 나오셔 기어코 유감스럽습니다", "35차 탁구선수권 대회를 위해서 17일에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재삼 촉구합니다. 다시한번 생각해 볼 것을 바랍니다" 등 남측을 붙잡지만 4차 회의를 끝으로 탁구선수권 단일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한국탁구선수단은 스위스 제네바를 거쳐 평양 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려고 했지만 북측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참가하지 못한다. 남북탁구단일팀 결성은 그렇게 12년이 미뤄지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체육회담의 경우 1964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단일팀을 제의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중재로 남북 간 관련 협의를 3차례 진행한 바 있다"라며 "다만 이 경우 남북회담으로 공식적으로 카운트하지 않았고, 이번에 공개된 탁구 단일팀 논의를 위한 회담이 남북의 사회문화분야 첫 회담"이라고 설명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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