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은 왜 극단적 선택밖에 방법이 없다고 여겼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2. 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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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사망이 불러온 수사 과정 실시간 보도의 문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배우 이선균이 사망했다. 한 공원 근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대중문화업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이 갑작스런 소식으로 충격에 빠졌다.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추모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끝내 지워지지 않는 건 "왜?"라는 질문이다. 왜 이런 극단적 선택밖에 그는 방법이 없다고 여겼을까.

아직 수사결과도 증거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그의 사망으로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혐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왜 그가 이런 선택까지 하게 됐는가 하는 점에는 안타까움이 없을 수 없다. 만일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죄가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되는 일이다.

배우라는 특수한 직업의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에 이 혐의 의혹만으로 업계에 민폐가 되고, 각종 배상 책임을 갖게 된 심적 스트레스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를 고통으로 몰고 간 건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조차 없는 수사 과정의 실시간 보도다. 이선균 마약 혐의 관련 보도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고, 하다 못해 단독보도라며 유흥업소 실장이라는 모씨와의 통화에 오고 간 은밀한 대화들까지 보도됐다.

사이버렉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튜브에서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퍼져나오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 이런 일은 지상파 뉴스에서도 '단독'이 붙어 보도되는 상황이다. 속보와 단독 보도 경쟁에 들어간 현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들이 이번 이선균 관련 보도에도 여실없이 드러났다.

<기생충>으로 월드스타가 된 배우인지라, 그에게 더해진 혐의 보도는 더 자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경쟁까지 붙으며 굳이 들여다보지 않거나, 혹은 사실이 완전히 밝혀진 후에 보도해도 될 내용들까지 사실 확인 없이 마구 뉴스화됐다. 고인으로서는 죄의 유무를 떠나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인간으로서 가려져야할 최소한의 것까지 낱낱이 공개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를 보도로 접할 가족까지 생각해보면 그가 가진 절망감의 무게를 감히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번 사안으로 인해 이미 예전부터 제기된 문제이긴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 같은 수사 관행이 경쟁적인 언론 보도와 더해져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다시금 짚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균은 피의자였지만 동시에 공갈 협박을 당하는 피해자 입장이기도 했다. 그런 특수한 상황에 놓인 수사가 아직 마무리도 되지 않았는데, 매번 수사 과정에 나온 진위도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보도된다는 건 '사법적 판단' 이전에 난도질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실로 아쉽고 안타까운 비극이다. 하지만 그 비극은 그냥 일어난 게 아니라,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중들과 함께 하는 특수한 직업인지라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는 실망감을 갖게 된 대중들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 그건 어찌 보면 정당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건사고를 대중들에게 전하는 언론은 좀더 냉정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죄는 미워해도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연예인이 어떤 사건사고를 실제로 저질러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더라도 충분히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았다면 다른 삶은 용인해야 하지 않을까. 혐의 사실만으로 그 직업은 물론이고 그 삶조차 난도질해 궁극에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드는 건 너무 비정한 일이다.

아까운 배우를 잃었다. 그를 우리들의 아저씨로 만들어줬던 작품 <나의 아저씨>에서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그였다. 이제는 그 질문을 삼가 그에게 되돌려야 하는 시점이다. 그곳에서는 편안하기를.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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