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에도 '연락선' 때문에 공방…남북관계의 지표 '직통전화'
북측, 남북조절위 직통전화 아닌 또 다른 전화 언급하며 사실상 거절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남북은 44년 전인 1979년에도 소통 문제로 '직통전화'(연락선)을 두고 공방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간 직통선은 한반도 긴장 고조상태에 따라 연결과 단절을 반복하는데, 과거에도 이와 같은 상황은 비슷했던 모습이 확인됐다.
28일 통일부가 공개한 '남북대화 사료집 제9권'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 1979년 2월17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차 변칙접촉(변칙대좌)에 나섰다. 변칙접촉은 남북 회담 대표 간 '급'이 맞지 않아 붙은 명칭이다.
당시 본격적인 의제를 논의하기 전 남북 대표단은 많은 눈이 내린 날씨를 언급하며 "오늘 일이 다 잘되지 않겠는가(남측)"라던가 "우리 북과 남 사이의 관계도 해동과 같이 동결 상태가 풀려야지요(북측)"이라며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남측 수석대표인 민관식 남북조절위원회 부위원장은 회의 초반부에 지난 1972년 7월4일 합의된 '남북공동성명'에 따라 구성된 남북조절위원회가 1973년 6월 첫 회의 개최 이후 5년8개월이 지날 때까지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민 부위원장은 "남북 쌍방 간의 신속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1979년 2월20일 오전 9시를 기해 남북조절위원회의 남북 직통전화를 개통시키자"라고 북측에 제안하며 빠르고 간결한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북은 이미 1971년 9월 남북적십자회담 제1차 예비회담에서 처음으로 직통전화의 가설을 합의했고 이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 있는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에 각기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남북직통전화 2개 회선이 개통된 바 있다.
또 남북이 고위급 당국자의 평양방문을 위한 실무자 간 비밀접촉에서 우리 측의 제의로 1972년 4월 29일 서울과 평양 간 남북 직통전화 1회선이 비밀리에 가설된 바 있는데, 남북은 조절위원회를 구성하며 이 회선을 조절위 직통전화로 사용하기로 한 바 있다. 우리 측의 당시 제안은 이 직통전화를 재개통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측은 직통전화 재개통 제안에 냉랭한 기운을 유지했다.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거나 다른 의제로 주의를 돌리는 등의 화법을 구사했다.
남측이 재차 "모든 문제를 우리가 궁색하게 '라디오'나 뭐 이런걸 통하지 않고 직통전화, 뭐 외국사람 이야기를 좋아 안하시는 줄 압니다마는 미·소(미국·소련)관계에도, '하트라인'(핫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같은 민족끼리 '하트라인'을 가지고, 남북 직통전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모든 것이 직접적이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지 않느냐"라며,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까지 비유를 들며 설득에 나섰다.
그러자 북측 '조국전선'을 대표해 나선 권민준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직통전화 문제도 나왔는데 어차피 여하간 우리도 접촉도 계속해야 되는 것 만큼 우리 직통전화를 서로 놓아 가지고 무엇인가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도 남북조절위 직통전화 개통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은 하지 않았다.
당시 북측의 화법은 조절위 직통전화가 아닌 '연락대표 간 직통전화'라는 존재하지 않는 전화를 언급한 것으로, 이는 남북에게 '(새 라인의)직통전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또 다른 조건이 붙게 되는 셈이었다.
이후 남북은 제2차 변칙접촉(1979년3월7일), 제3차 변칙접촉(1979년3월14일)에서 더 이상 직통전화에 대한 언급은 이어가지 않았다.
남측은 제2차 변칙접촉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통전화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1차 변칙접촉에서)이 문제와 관련해서 평양 측 얘기는 남북조절위 직통전화를 재개통 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조국전선의 이름으로 새로운 전화선을 개통시키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변칙접촉'을 두고 이미 남북이 유의미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고 한다. 북한이 '당국이 참석할 것'이라는 우리 측 요구를 외면하고 당시로선 대남 공작용 외곽단체로 여겨진 '조국전선'의 이름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변칙접촉'이라는 용어에 대해 "남북 간 공식적으로 합의된 용어는 아니다"라면서도 "당초 우리 측에선 공식 명칙을 '조절위 제4차 절차문제 토의를 위한 부위원장 접촉'이라고 쓰고, 북측은 '토의문제를 위한 접촉'이라고 하다가 추후 북한이 '변칙접촉대좌'라고 했고 우리는 '접촉'이라고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차 변칙접촉 후반에 남측은 북측에게 다음에는 "모자를 벗고 오라, 외투를 벗고 오라"면서 '조국전선'이라는 명칭이 아닌 조절위원회 명의로 회의에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 인사들은 제2차와 제3차 접촉에서도 조국전선 명의로 회의에 참가했다.
이 같은 44년 전의 실무 협상 내용은 당시 '직통전화'이자 현재의 '통신연락선'이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연결과 단절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재도 남북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연락은 모두 단절된 상황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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