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관계 악화 장기화…'한국형 전략 좌표·물밑 외교' 필요성도 제기

이창규 기자 2023. 12.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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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한러관계의 경색도 장기화 국면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한미일 공조도 계속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러관계에 악재는 계속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그 이후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접근보다 대미·대일·대러 정책 전반에 대한 한국형 전략과 좌표가 있어야 한러 간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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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韓 수출통제 품목 확대에 보복 예고…"경제·산업에 피해 줄 것"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북러 무기 거래 지속…"한국식 대러시아 전략 필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한러관계의 경색도 장기화 국면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수출통제 공조에 나서자 러시아가 보복대응을 예고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6일 △건설 중장비 △충전식 배터리 △항공기 부품 등 군사목적으로 전용 가능성이 높은 682개 품목을 상황허가 대상에 추가했다.

이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대응할 권리가 있다. 한국 경제와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대응이) 반드시 대칭적이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은 여기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혀 '관례'에 벗어난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한국은 서방국가들의 대러제재에 동참해 경제·금융제재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이에 반발하며 이로 인해 한러 간 외교적인 소통조차 다소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 9월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방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해 주기로 했으나,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루텐코 차관의 방한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은 정상회담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포탄과 탄약 등 북한의 전쟁물자를 공급받는 대가로 위성 관련 기술 등 첨단기술 이전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과 사흘 전인 크리스마스까지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을 드나들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양국 간 무기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며, 지난달엔 북한이 올해 세 번째 시도 만에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를 성공했는데, 여기에는 러시아의 기술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중국·러시아의 비호를 믿고 올해 무력도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에도 '화성-17형'과 '화성-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5차례나 발사했는데, 이를 제재해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미국의 비협조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면서 '노골적인' 수준의 비호보다는 침묵을 무기로 삼아 북한의 편을 들고 있다. 그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한중관계에 금이 갈 정도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북억지 차원에서 정부가 새해에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며 북러 간 지나친 밀착을 견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미일 공조가 올해 굳건하게 유지돼 공고해진 만큼 오히려 대러관계에 있어 정부가 움직일 공간이 넓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한미일 공조도 계속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러관계에 악재는 계속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그 이후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접근보다 대미·대일·대러 정책 전반에 대한 한국형 전략과 좌표가 있어야 한러 간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 공개적으로 대화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및 유럽과 협력을 하면서 물밑을 통한 외교 방법을 활용해야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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