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자산〉시총 비율 15년만에 최고
0.5배 이하 초저평가주도 31%
127배 초고평가주 등장 ‘양극화’
빛이 강렬할수록 그림자가 더 짙었다.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적게 ‘저평가’된 코스피 상장사 비율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불거졌던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2차전지, 로봇, 인공지능(AI) 등 주요 섹터와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장세가 펼쳐지며 전체 코스피 지수까지도 큰 폭으로 밀어올리는 가운데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초저평가된 종목의 비율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올해 국내 증시에선 소위 ‘잘 나가는’ 종목과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 간의 양극화가 어느 해보다 극명한 모습을 보였던 셈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전체 종목(924개) 중 PBR 1배 미만 종목의 비율은 57.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연말 증시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 PBR 1배 미만 종목 비율을 산출했을 때, 이는 2008년 말 기록한 59.20%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PBR은 시총을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순자산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해당 종목 기업의 주식을 다 팔아도 실제 기업이 가진 전체 자산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증시 내에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느 해보다 올 들어 초저평가·초고평가주가 눈에 띈다는 점도 양극화 심화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올해 코스피 상장 종목 중 ‘초저평가주’로 분류되는 PBR 0.5배 이하 종목 비율은 31.06%로 2008년(35.06%)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였다. PBR이 낮은 종목은 넥스틸(0.03배), 한신공영·티와이홀딩스(0.11배), 전방·태광산업(0.12배), 세원정공(0.13배), 태영건설(0.15배), HDC·KH 필룩스(0.16배) 등 주로 건설업과 제조업, 섬유업 등 전통 산업에 몰려있다.
같은 기간 ‘초고평가주’의 PBR 배수는 지난 15년 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극명히 대조됐다. 로봇주 열풍 속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PBR이 무려 127.50배에 이르면서다. 이 기간 PBR이 100배를 넘어선 경우는 2021년 셀마테라퓨틱스(106.83배), 카카오페이(106.40배) 등 2개 종목 뿐이었다. 이 밖에도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금양(47.44배), 에코프로머티(32.39배), SK바이오팜(24.12배), 코스모신소재(17.66배), 한미반도체(14.37배), DS단석(11.90배), 한올바이오파마(11.46배), 포스코퓨처엠(10.90배) 등이 PBR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2차전지주를 시작으로 로봇, AI 관련주로 투자금이 쏠렸다는 점을 초저평가주와 초고평가주 관련 수치가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며 “PBR이 높은 종목은 대부분 ‘미래먹거리’와 관련된 종목이란 점에서 올해 투심이 미래 가치에 보다 집중하며 전체 코스피 지수를 밀어 올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16.37%나 상승했다.
다만, PBR 1배 이하 저평가주가 많은 현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의 문제를 돋보이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주요 주가 지수의 PBR과 비교했을 때 그 수치가 현저히 낮은 만큼 저평가의 늪에 국내 증시가 깊이 빠져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체 코스피 지수 PBR이 0.93배에 머물 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일본 닛케이(日經)225 지수, 인도 SENSEX 지수, 유럽 유로스톡스(EURO STOXX) 50 지수의 PBR은 차례로 4.47배, 1.86배, 2.94배, 1.80배에 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쿄(東京)증권거래소가 지난 4월 PBR이 1을 밑도는 상장기업들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출하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주가부양책으로 강세장을 이끈 점을 국내 증시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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