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배우 이선균이 세상을 떠났다. 연예계는 충격과 슬픔이 공존했다. 침묵을 유지하다 그가 유명을 달리한 날, 뒤늦게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망자는 말이 없는데 남은 자들이 말을 덧붙이고 있다.
먼저 이선영 MBC 아나운서는 "고(故) 이선균 씨 죽음과 관련해 고인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나는 KBS의 그 단독 보도를 짚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흥업소 실장이라는 A씨와의 통화에서 오고 간 은밀한 대화, 고인의 행동을 개별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있겠다"며 "하지만 그 보도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난도하는 것 외 어떤 보도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쓰은 그 칼은 이선균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선량한 피해자인 그의 아내와 아이들도 찔러 생채기를 냈을 것이며 디지털 시대에 영구적으로 박제돼 영영 낫기 힘들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KBS 보도를 지적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KBS는 범죄 사실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내용을 방송해서 고인이 생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모멸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라며 "분명히 국가가 문제 제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방송이든 온라인이든 가짜뉴스에 대한 사전 단속과 사후 처벌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제2의, 제3의 이 씨 같은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씨 관련 보도가 석 달간 2872건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언론이 이 씨의 사생활을 무차별하게 폭로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마약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적 대화가 나왔는데 이게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며 "KBS가 선정적 보도를 하고 있었다. 공영방송으로서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는 의원들의 지적에 "뉴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챙겨보고 재발하지 않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한편 이선균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에 마련됐다. 상주는 아내인 배우 전혜진이 이름을 올렸으며, 29일 발인이다.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었으나, 이날 수원 연화장으로 변경됐다.
이선균은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서울 자택에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수차례 피우거나 투약해 지난 10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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