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돌봄 일자리 급증…“농업 노동시장, 팬데믹 끝나도 수급 불균형 여전”

이유리 기자 2023. 12. 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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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 내놔
20~40대 기피하는 제조 현장직도 노동시장 경직성 확대

급속한 고령화로 돌봄 서비스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지만 구직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어업에서는 구인에 비해 구직자 수가 적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팬데믹(풍토병화) 전·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26일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지역 고용 상황은 대다수 지역에서 취업자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도는 등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팬데믹 이후 구인 증가율이 구직 증가율 보다 높게 나타나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

한은은 2019년 3분기와 2023년 3분기를 대상으로 ‘노동시장 구직 대비 구인 배율(tightness, 이하 구인배율)’과 ‘구인·구직 분포 격차(미스매치) 지수’를 이용해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을 분석했다.

노동 공급 대비 수요가 많으면 노동시장 구인배율은 높아진다. 이는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양적으로 경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지수는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질적 측면을 보여준다. 구인과 구직의 매칭 효율성이 낮을수록 지수가 상승하며, 미스매치가 확대됐다고 표현한다.

한은 연구 결과 우선 지역별로는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노동시장 구인배율이 커졌다. 미스매치는 제주·광주·강원·대전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확대됐다.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은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데이터에 한계가 있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팬데믹 전·후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달라진 원인으로는 노동 수요 확대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직종별로는 돌봄서비스업과 제조 현장직에서 두드러졌으며, 이들 직종은 노동 수요 대비 노동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올 3분기 돌봄서비스 구인 증가율은 133.9%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36.6%)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 직종 가운데 구인 증가율이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돌봄 구직 증가율은 47.1%로 역시 전체 평균(14.7%)보다 높았지만 일자리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행

전체 구인 비중에서 돌봄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뛰었다. 2019년 1월 5.7%에서 11.3%로 2배 가까운 증가를 보였다. 돌봄 일자리 증가와 인력 부족이 전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인구 고령화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울산·경남 등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돌봄 서비스 구인 증가율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제조 현장직의 인력난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확대됐다. 2019년 3분기~2023년 3분기 가운데 제조 현장직의 노동시장 구인배율은 15개 지역에서 높아졌다. 한은은 “20·30대뿐만 아니라 40대도 제조 현장직을 기피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60대 이상 고령층만 관련 취업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올해 3분기 제조 현장직의 연령대별 구직 증가율을 보면 30대 이하는 마이너스(-)15%, 40대는 -5.2%로 집계됐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제조 현장직 구직 증가울이 34.4%로, 전 직종 평균인 33.6%보다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관측된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농림어업은 팬데믹 전·후 모두 구인배율이 높은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노동시장 배율이 1을 넘어선 직종은 농림어업, 제조 현장직, 기타서비스업, 돌봄 서비스업뿐이다. 이 가운데 농림어업은 2대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경직성을 보였다. 하지만 한은은 “농림어업은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구인배율이 적지 않게 상승했지만 팬데믹 이전부터 1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었다”고 했다. 농림어업은 팬데믹, 노동시장 변화 등과 관계없이 항상 구직보다 구인 비율이 높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노동시장 구인배율 상승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러한 노동시장의 불균형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과장은 “지역 노동시장 상황이 직종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인력수급 관련 정책을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직종 측면 정책은 중앙 부처에서, 지역 고유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해 하이브리드 정책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돌봄서비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인력을 활용해 돌봄 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추면서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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