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옥죄는 ‘삼중고’ 불황 돌파 안간힘 [산업의 쌀을 지키자]

2023. 12. 28. 11: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유가·수요 부진·중국발 공급확대 직격탄
4분기실적 전망 ‘먹구름’...내년도 부정적 평가
사업 다각화 주력...신규투자 재무 부담 숙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석유화학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약세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내년에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국내 한 석유화학 업체 공장 모습.

올 한 해 고유가와 수요 부진, 중국발(發) 공급확대로 직격탄을 맞았던 석유화학 업계가 내년에도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차전지, 스페셜티, 친환경 등 신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신사업 부문의 성과가 수익성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산업은 ‘산업의 쌀’로서 자동차, 전자 등 주요산업에 필요한 필수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제조·수출 업종인 석유화학의 도약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증권 및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4사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이 714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17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금호석유화학도 전년 동기 대비 22.2% 줄어든 8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영업손실 107억원으로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내년도 석유화학 업종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업계의 수익성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 데다, 2019년 이후 중국 중심의 대규모 설비증설이 계속되며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그나마 에틸렌 계열은 2024년, 프로필렌 계열은 2025년부터 설비증설이 점차 감소하면서 점진적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고 중국 내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대(對)중국 수출 감소, 역내 수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9일 한화토탈에너지스, SKC, SK피아이씨글로벌,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며 “주요 제품의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공급과잉 기조 및 수요 약세 등으로 내년에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 확대는 국내 업체의 중장기 수익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과거에 비해 유의미하지 않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석유화학 업계는 장기화 되는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저마다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LG화학은 ▷전지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페셜티 제품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를 증설 중인가 하면,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 건설에 착수키도 했다. 이를 통해 3대 부문 매출 비중을 2030년 57%(4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이차전지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으며, 수소에너지·리사이클링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 제2에너지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CO2) 포집·활용 플랜트를 착공하며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으며, 달튼 인근 카터스빌에 ‘솔라허브’ 공장을 설립하는 등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사업 다각화에 따른 재무 부담 관리는 숙제다. 대규모 신규 투자가 진행되면서 신사업 투자 성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차전지, 첨단소재, 바이오 등 각 사업별 업황에 따른 실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020년 이후 투자부담, 영업현금창출 규모 감소로 순차입금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2023~2025년 중 계획된 석유화학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연간 약 13조원 수준으로 직전 호황기인 2020~2021년 평균(약 7조원) 대비 매우 큰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영업현금창출력 약화, 사업다각화를 위한 투자가 맞물리고 있어 적정 수준의 재무 부담 통제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재차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