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중국은 포기 안돼” ‘차이나 리스크’가 되레 기회? [산업의 쌀을 지키자]
부가가치 높은 스페셜티 주요 수요처 여전
한계사업 정리 통한 신사업 동력 확보 주문
석유화학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로 시장 축소가 불가피한데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 흐름까지 고부가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 구조 개편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맥킨지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10개 대표 제품의 생산가동률은 2028년까지 65%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핵심 시장인 중국이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지속해 끌어올린 영향이다.
실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 유분의 중국 내 자급률은 이미 100%를 훌쩍 넘었고 PX와 같은 중간원료나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수지의 자급률도 2025년에는 10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중국도 자국 생산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자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우리나라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수입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분을 동남아 등지에 저가로 공급하면 우리나라 제품이 현지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한때 50%에 달하던 대중국 수출 비중을 판매국 다변화를 통해 낮춰가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통상 권역별로 수출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인도나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하려면 인근국보다 가격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만큼 수요가 있는 나라가 없어 중국 시장 공략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여전히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요국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 제품 역시 상당 부분을 중국이 사 가고 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중국에 대해 “아직도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걸 그냥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상당히 큰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기업은 경쟁력이 약화된 범용 제품 대신 스페셜티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또한 핵심 기간산업인 범용 석유화학 사업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효율화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지 공장 구축, 전방사업 확장을 통한 내부 수요 확대 등의 자구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선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흐름이다. 범용 제품의 생산을 줄이되 스페셜티 제품은 증설이나 생산시설 개조 등을 통해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도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더디다고 지적한다. 바스프, 셸, 미쓰비시케미컬 등 주요 석유화학사가 수익성 낮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거나 생산시설을 통폐합하는 과감한 사업 재편을 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동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방법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계 사업 정리 등 보다 적극적인 사업 개편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신규 성장 동력에 투자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일부 기업은 석유화학 수요가 있는 현지에 공장을 지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공략을 펼치기도 한다. 롯데케미칼이 약 5조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짓는 석유화학단지 ‘라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부터 에틸렌·프로필렌을 포함한 17개 종류의 석유화학 제품을 이곳에서 생산해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체질을 바꿔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십여년 전부터 있었고 속도나 방법의 차이가 있지만 판로를 다변화하고 고부가 사업으로 선회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해왔다”면서도 “당분간 눈에 띄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업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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