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신용 비율 사상 최고, 코로나 이후 비은행·中企 중심으로 급증했다
최정희 2023. 12. 28. 11:03
[한은, 12월 금융안정보고서]
기업대출 비은행권 비중 2019년 25.7%→올 3분기말 32.3%
中企 대출, 전체 기업대출의 84.9%
부동산·건설업, 전체 대출 증가의 40% 차지
부실위험 기업 비중 낮으나 상환능력은 금융위기때보다 떨어져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 금융위기 대비 두 배
◇ 비은행·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빚 늘어
우리나라 기업신용 비율은 콜나19 이전인 2019년말 101.3%에서 124.0%로 무려 22.7%포인트 상승했으나 선진국은 같은 기간 89.9%에서 88.8%로 하락했고 신흥국은 103.7%에서 108.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신용 중 금융기관 대출금은 비은행, 중소기업 중심으로 큰 폭 늘어났다.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은 올 3분기말 1832조8000억원으로 2019년말(1178조6000억원) 대비 654조2000억원, 55.5% 증가했다.
은행권 대출이 41.7% 늘어난 데 반해 상호금융이 140.9%, 여신전문금융회사가 71.4%, 저축은행이 65.9% 급증했다. 이에 기업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이 2019년말 25.7%에서 올 3분기말 32.3%로 껑충 뛰었다.
차주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분기말 864조400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은 688조원으로 2019년말 대비 각각 318조8000억원(58.4%), 234조7000억원(51.8%) 늘어났다. 이에 중소기업 대출은 전체 기업대출의 84.9%를 차지했다. 특히 3분기말 비은행권 기업대출의 94%가 중소기업 대출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이후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가 중소기업 대출의 큰 폭 증가에 기여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산업별로 보면 부동산 관련 업종과 코로나19 피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났다. 특히 부동산업, 건설업은 코로나19 이후 175조7000억원, 44조3000억원 늘어났다. 부동산, 건설업은 부동산 등 10개 업종 대출 증가액 567조4000억원의 38.8%를 차지한다.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대출도 각각 92조7000억원, 27조5000억원 급증했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것이다.
만기별로 보면 잔존만기 1년 이내 단기대출과 단기채권 비중이 상승했다. 은행권 기업대출의 67.0%인 897조3000억원은 단기대출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171조5000억원, 중소기업은 725조8000억원에 달한다. 단기대출이 대기업은 2019년 대비 65조6000억원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220조5000억원 늘어났다.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 비중도 2019년말 23.1%에서 올 2분기말 37.4%로 상승했다.
부실 위험기업 차입금 비중 0%대로 위기때보다 낮아…상환 능력 약해
기업의 이익, 자산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기업이 폐업 등 부실 위험은 낮아졌지만 불어난 빚에 대한 상환 부담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1년 후 폐업, 자본잠식 등 부실이 발생활 확률을 의미하는 부실위험이 5%를 초과한 부실위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하락 추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실위험 기업 비중은 2019년 각각 1.6%, 18.9%에서 올 상반기 0.6%, 6.3%로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전기전자 등 주력 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적자 기업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이자보상배율 1미만의 기업 비중이 확대됐으나 자산 매각을 통한 빚 변제 능력은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각 올 상반기 49.6%, 66.2%로 2019년(46.9%, 60.7%)보다 높았다. 반면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대기업이 52.2%, 중소기업이 43.2%로 1.1%포인트, 4.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위기때와 비교하면 상환능력 취업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양호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대기업, 중소기업을 합한 전체 이자보상비율 1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올 상반기 57.4%로 1997년 외환위기(61.9%) 당시보다 낮지만 2008년 금융위기(24.6%) 때의 두 배를 상회했다. 그나마 부실위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올 상반기 0.8%인 점을 고려하면 2008년(2.9%), 1997년(31.5%)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질적 측면에서 기업 신용 관련 리스크가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다”며 “최근 기업 대출 연체율도 비은행을 중심으로 올랐으나 금융위기 당시 연체율 수준을 크게 하회한다”고 평가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3분기말 7.08%, 5.69%로 2008~2009년 최고치 18.91%, 8.61%보다 낮다.
한은은 “정책당국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지속하는 가운데 계속사업이 어렵다고 평가된 기업은 자산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제 차익을 관리하고 PF사업성을 재평가해 대주단이 자율 협약을 통해 PF정리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기업대출 비은행권 비중 2019년 25.7%→올 3분기말 32.3%
中企 대출, 전체 기업대출의 84.9%
부동산·건설업, 전체 대출 증가의 40% 차지
부실위험 기업 비중 낮으나 상환능력은 금융위기때보다 떨어져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 금융위기 대비 두 배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이후 기업 빚이 부동산·건설업 등 중소기업, 비은행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부실위험 기업 비중은 낮은 편이나 기업들의 빚 상환 능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기업신용 확대 관련 리스크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주요 현안 분석 자료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이 올 2분기말 124.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주요국과 달리 이 비율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 비은행·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빚 늘어
우리나라 기업신용 비율은 콜나19 이전인 2019년말 101.3%에서 124.0%로 무려 22.7%포인트 상승했으나 선진국은 같은 기간 89.9%에서 88.8%로 하락했고 신흥국은 103.7%에서 108.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신용 중 금융기관 대출금은 비은행, 중소기업 중심으로 큰 폭 늘어났다.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은 올 3분기말 1832조8000억원으로 2019년말(1178조6000억원) 대비 654조2000억원, 55.5% 증가했다.
은행권 대출이 41.7% 늘어난 데 반해 상호금융이 140.9%, 여신전문금융회사가 71.4%, 저축은행이 65.9% 급증했다. 이에 기업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이 2019년말 25.7%에서 올 3분기말 32.3%로 껑충 뛰었다.
차주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분기말 864조400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은 688조원으로 2019년말 대비 각각 318조8000억원(58.4%), 234조7000억원(51.8%) 늘어났다. 이에 중소기업 대출은 전체 기업대출의 84.9%를 차지했다. 특히 3분기말 비은행권 기업대출의 94%가 중소기업 대출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이후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가 중소기업 대출의 큰 폭 증가에 기여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산업별로 보면 부동산 관련 업종과 코로나19 피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났다. 특히 부동산업, 건설업은 코로나19 이후 175조7000억원, 44조3000억원 늘어났다. 부동산, 건설업은 부동산 등 10개 업종 대출 증가액 567조4000억원의 38.8%를 차지한다.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대출도 각각 92조7000억원, 27조5000억원 급증했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것이다.
만기별로 보면 잔존만기 1년 이내 단기대출과 단기채권 비중이 상승했다. 은행권 기업대출의 67.0%인 897조3000억원은 단기대출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171조5000억원, 중소기업은 725조8000억원에 달한다. 단기대출이 대기업은 2019년 대비 65조6000억원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220조5000억원 늘어났다.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 비중도 2019년말 23.1%에서 올 2분기말 37.4%로 상승했다.
부실 위험기업 차입금 비중 0%대로 위기때보다 낮아…상환 능력 약해
기업의 이익, 자산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기업이 폐업 등 부실 위험은 낮아졌지만 불어난 빚에 대한 상환 부담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1년 후 폐업, 자본잠식 등 부실이 발생활 확률을 의미하는 부실위험이 5%를 초과한 부실위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하락 추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실위험 기업 비중은 2019년 각각 1.6%, 18.9%에서 올 상반기 0.6%, 6.3%로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전기전자 등 주력 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적자 기업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이자보상배율 1미만의 기업 비중이 확대됐으나 자산 매각을 통한 빚 변제 능력은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각 올 상반기 49.6%, 66.2%로 2019년(46.9%, 60.7%)보다 높았다. 반면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대기업이 52.2%, 중소기업이 43.2%로 1.1%포인트, 4.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위기때와 비교하면 상환능력 취업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양호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대기업, 중소기업을 합한 전체 이자보상비율 1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올 상반기 57.4%로 1997년 외환위기(61.9%) 당시보다 낮지만 2008년 금융위기(24.6%) 때의 두 배를 상회했다. 그나마 부실위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올 상반기 0.8%인 점을 고려하면 2008년(2.9%), 1997년(31.5%)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질적 측면에서 기업 신용 관련 리스크가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다”며 “최근 기업 대출 연체율도 비은행을 중심으로 올랐으나 금융위기 당시 연체율 수준을 크게 하회한다”고 평가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3분기말 7.08%, 5.69%로 2008~2009년 최고치 18.91%, 8.61%보다 낮다.
한은은 “정책당국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지속하는 가운데 계속사업이 어렵다고 평가된 기업은 자산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제 차익을 관리하고 PF사업성을 재평가해 대주단이 자율 협약을 통해 PF정리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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