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덜 받는' 비은행 금융중개 5600조…'증권사' 영향력 커져

최정희 2023. 12. 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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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2월 금융안정보고서]
비은행 금융중개 규모, 명목 GDP의 252%
4분의 1은 시스템 리스크 유발 위험 높아
한은 "금융시스템 내 증권사 중요도 커져…부동산PF도 커져"
"증권사 경영상황, 거래내역 수시 점검 필요"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의 일명 ‘비은행 금융중개(NBFI, Non-Bank Financial Intermediation)’ 규모가 무려 563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세 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비은행 금융중개 중 4분의 1은 신용위험 전가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 유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시스템 내 증권사 중요도가 높아져 관련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8일 발간한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중개는 6월말 5639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52%에 달했다. 비은행 금융중개는 신용중개 기능을 제공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은 예금취급기관 외의 금융기관 및 금융활동을 총칭한다.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은 제외되며 보험, 증권,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금융기관과 채무보증, 자산유동화 등의 금융활동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비은행 금융중개는 2009년말(1688조원) 대비 세 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증권·보험회사의 퇴직연금 관련 계정 등 연금 기금과 부동산 펀드가 각각 10배, 14배 급증했고 증권기관도 4배 이상 증가했다.

비은행 금융중개 중 만기 및 유동성 변환, 레버리지, 신용위험의 전가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 유발 가능성이 높은 부문인 협의의 NBFI는 1451조원으로 전체의 25.7%를 차지했다. 예컨대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등 대량 환매에 취약한 집합투자기구나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약하기 때문에 비은행 금융중개 중 집합투자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0%로 글로벌 수준인 34.2%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낮은 집합투자기구의 비중은 펀드의 대규모 환매요청 발생 등에 따른 금융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으나 공모펀드와 달리 레버리지나 투자상품 관련 규제 강도가 약한 사모펀드가 급속히 성장한 점, 군집행동 가능성이 높은 기관투자가가 전체 투자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자금조달에 의존한 증권회사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협의 NBFI 중 증권사 비중은 2009년말 26.2%에서 올 6월말 31.4%로 확대됐다. 증권사 관련 금융중개 규모는 114조4000억원에서 455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금융당국의 투자은행(IB) 육성책 및 규제 완화 등으로 증권사의 자금 조달 수단 및 영업 범위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스템 내 증권사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며 “증권사의 유동성 또는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됐고 반대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등이 증권사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사가 지급보증한 부동산PF 유동화 증권도 커지고 있다. 채무보증은 2009년말 3조2000억원에서 올 6월말 41조원으로 커졌고 유동화기구도 같은 기간 76조1000억원에서 260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은 “증권사가 부동산PF 자금조달의 주요 채무보증 주체가 되면서 자금 조달의 효율성이 커졌지만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 간 연계성이 높아졌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시 기초자산인 부동산PF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채무보증을 수행한 증권사의 손실로 이어져 금융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금융혁신의 진행으로 새로운 금융상품 및 기법이 출현하고 비은행의 업무영역이 보다 확대될 경우 비은행 금융중개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금융시스템 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경영상황, 거래내역 등을 수시로 점검해 건전성 악화시 타 부문으로 리스크 전이를 초래할 우려가 큰 취약부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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