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해 지원여부 판단해야"
"계속사업 어려운 기업은 구조조정 유도해야"…금융안정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은 28일 비은행권 중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 비은행권 대출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에서다.
"부동산업·건설업 대출이 전체 대출 증가의 38.8%"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124.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비중이 2019년 말 25.7%에서 올해 3분기 말 32.3%로 상승했다.
전체 기업대출 중 84.9%는 중소기업 대출이었다.
산업별 쏠림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동산업 대출은 175조7천억원, 건설업 대출은 44조3천억원 각각 늘었다. 분석 대상 업종 전체 대출 증가(567조4천억원)의 38.8%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팬데믹 기간 중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대출도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등의 영향으로 각각 92조7천억원, 27조5천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부동산업 대출이 부가가치(GDP)를 상회하는 규모로 공급된 상황에 대해 "금융시스템 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다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 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제차익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대출 한도나 손실 대비 대손 충당금 적립 요구 등에 있어 은행과 비은행간 격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정책당국을 향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PF 사업성을 재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되 부동산 PF 정리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대주단이 자율적 협약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기업 차입금 비중, 금융위기 수준 근접하거나 상회"
한은은 대출 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일부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서 상환능력 취약 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거나 차입금 상환 비율 6배 초과 및 0 미만 기업, 부채비율 200% 초과 및 자본잠식 기업,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 등을 의미한다.
한은은 "높아진 금리 수준이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유지될 경우 기업 대출 및 채권의 차환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책당국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지속하는 가운데 계속사업이 어렵다고 평가된 기업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한은은 기업 신용 리스크가 크게 확대된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익을 활용한 상환능력 측면에서는 최근 기업 차입금 분포가 다소 취약해졌지만, 보유 자산을 활용한 상환능력은 코로나19 이후 대체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차입금 의존도, 평균 차입비용 등 차입 여건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도 차입금 분포가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기업 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어서 금융기관들의 자체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취약 자영업자 대상 채무 재조정 촉진 필요"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잔액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1천52조6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증가했다. 최근 10년 중 분기 평균 증가율(12.0%)에 크게 못 미치는 증가세였다.
이 중 비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2022년 말 24.3%에서 올해 3분기 말 5.4%로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취약 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 12.4%, 대출잔액 기준 11.0%로, 각각 2022년 말(11.0%, 9.8%)보다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0.69%에서 1.24%로 올랐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중 연체 차주들이 보유한 대출의 비중 역시 1.35%에서 2.47%로 상승했다.
한은은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 단기적으로 이자 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새 출발 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의 자발적 대출 상환 및 부채 구조 전환 등을 추진함으로써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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