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관점 변해"…'승리'→'협상시 유리한 위치'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관점이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시 유리한 위치 확보'로 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쟁 장기화로 인해 '승리 선언'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와 휴전할 용의가 있다는 관측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미국 관료와 유럽연합(EU) 외교관 등을 인용해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군을 반격 위치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동부지역에서의 강력한 방어 위치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보다는 방어에 중점을 두면서 우크라이나 자체 방위산업 재건 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내실을 다지면서 러시아의 진전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현재 전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단점도 생긴다.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하고 유리한 위치에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3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겉으로는 호전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막후 외교채널에서는 승리선언을 전제로 한 휴전협상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크렘린궁과 밀접한 러시아 전직 고위 관료들의 전언을 바탕으로 "러시아는 지난 9월부터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NYT는 "기존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휴전 협상 가능성을 전한 사실이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가을은 우크라이나가 전면적인 반격으로 동북부 지역 탈환에 성공했던 시점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폴리티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쟁 이후 세 번째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했던 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안 통과를 미 정치권에 읍소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침공 2년이 돼 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as long as we can)'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전에는 '필요한 만큼' 지원하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뭇 뉘앙스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부분적 승리 선언·휴전을 모색하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했다.

워싱턴DC 주재 EU의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EU가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앞당기겠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도 휴전 협상시 우크라이나를 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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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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