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미와 유럽, 우크라 전쟁 방어 전략으로 전환 논의”
대반격전 병력 러시아 강세 보이는 동부로 이동 등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가 우위에 설 수 있게 준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의 축출을 목표로 삼아온 미 정부가 방어적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 폴리티코(POLITICO)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크게 어려워짐에 따라 미 정부와 유럽 당국자들이 은밀하게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 대신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이 대반격전에 투입됐던 우크라이나 병력을 러시아군이 강세를 보이는 동부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대공방어 강화, 벨라루스 접경지 요새화, 무기 생산 능력 강화
한 미 당국자는 방어 전략으로의 전환이 향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줄곧 전쟁이 궁극적으로 협상을 통해 끝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략을 전환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방어적 전략 전환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것으로 비쳐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60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막고 있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여력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말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종전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모든 점령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조건을 다시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와 관련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종전 방안을 “전 세계 중재자들”과 “조율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실패하면서 미 정부는 “무한정” 지원하겠다는 입장에서 “가능한 한 최대로”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고 우크라이나가 이미 “엄청난 승리를 거둬 푸틴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발언 “무한정 지원”에서 “가능한한 지원”으로 바뀌어
미 중앙정보국(CIA) 수석 러시아 분석가 출신으로 퀸시 책임있는 연구소의 러시아 책임자인 조지 비브는 “바이든의 승리에 대한 언급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산업 능력이 크게 불리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으며 서방이 지원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러시아를 협상에 끌어들이는 쪽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 위주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미 육군전쟁대학의 앤토니 파프 교수는 ”방어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자원을 보존하고 러시아가 진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 유럽연합(EU)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힌다.
미국과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막으려는 푸틴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미 정부는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커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궁극적으로 NATO에 가입할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점령하도록 허용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도 전쟁 지속 여부 놓고 논란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코와 네덜란드의 기르트 빌데르스 등 극우 지도자들이 유럽 각국 선거에서 잇달아 승리하고 있는 것도 푸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들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지원에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언제까지 푸틴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것인 지를 두고 공개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병력과 무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협상을 거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을 고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여겨진다. 50만 명의 추가 병력 징집을 추진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 시장이 반대하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와 새로운 방어 전략 전환을 논의하면서 미 의회 상황과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 등 변수를 거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푸틴이 이런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미군을 NATO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때문이다. 군사적으로 볼 때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능력이 약화되길 기다려 내년 봄 공습을 크게 강화할 우려도 있다. 또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푸틴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9월말 러시아가 ”2025년까지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다음달 서방의 군사지원이 끝나도 ”버틸 수 있는지“ 알게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푸틴이 휴전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만 아직 그런 기미가 없다고 밝혔다. ”모두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기를 바라지만“ 푸틴이 ”진지하게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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