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 다음은 어디냐”…건설업계, PF 위기에 떤다
시공능력 순위 업계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28일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약 23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연쇄적으로 위기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자본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태영건설발 PF 위기는 다른 건설사로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GS건설의 신용등급도 ‘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낮췄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 태영건설 외에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도 부채비율이 467.9%에 이른다. 앞서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신일 등은 이미 올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이라고 하면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최근 몇년 새 갑자기 유동성 위기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태영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라면 사정이 비슷한 다른 건설사들도 (워크아웃)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잔액은 4조4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천억원이다. 보고서는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가운데 7200억원을 우발채무로 보고 있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 떠안게 되는 채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차환이 필요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 규모를 1조2565억원으로 봤다. 태영건설은 올해 1∼3분기 978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부동산 PF 부실 문제 등으로 부채비율은 478.7%를 기록했다. 태영건설이 이날 최종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서울 성수동 오피스빌딩의 PF대출 480억원을 만기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4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태영건설의 부동산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원(한국신용평가 추산·11월말 기준)이다.
PF발 위기가 내년에도 분양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 위축은 건설사의 수주를 받아 일하는 하도급 업체의 경영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규모가 커진 부동산 PF는 분양시장 침체로 부실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천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갔다. 건설업체의 경우 지난 8월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22조8천억원(한국기업평가 9월 집계, 21개 건설사 대상)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해 ‘태영 워크아웃’ 여파로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 보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지만 시공능력순위 30위권 내 대형 혹은 중견 건설사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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