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차량에 흠집을 냈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농림축산식품부, 길고양이 돌봄·중성화 가이드라인 발간
지하주차장에 사는 길고양이가 차에 올라가 발자국과 흠집을 낸 경우, 과연 돌보미는 이 일에 피해보상을 해줘야 할까?
최근 길고양이를 돌보는 시민이 늘어나며 이웃과의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올바른 길고양이 돌봄과 동물복지 개선, 관련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 논의를 거쳐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과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 2종을 펴냈다고 전했다. 협의체에는 동물보호단체, 길고양이 돌봄 활동가, 수의사, 법률 전문가, 지자체 등이 참여했다. 가이드라인은 해외 논문 및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제작되었으나 일부 내용은 국내 상황에 맞게 조정해 작성됐다.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은 총 7개의 챕터에 길고양이의 정의와 돌봄 목적, 생태와 습성을 자세히 담고 △올바른 먹이주기 △효과적인 중성화 △길고양이 건강관리 △길고양이 구조와 입양 △갈등 상황 및 학대 대응법을 소개하고 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에는 수술 단계별 유의 사항이 담겼다. 기존 사업 지침을 보완해 마취, 봉합, 위생관리(멸균) 등에 대해 상세히 서술했다.
돌봄 가이드라인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첫째, 주차장 등 밥자리로 적절하지 않은 장소를 안내하며 토지 소유자나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고 급식소를 설치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급여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밥그릇을 회수하는 등 밥자리를 청결하게 관리하도록 제안했다. 세 번째로 돌보는 길고양이의 적극적인 중성화를 당부했다. 눈에 띄는 점은 길고양이 및 길고양이 돌보미(캣맘, 캣대디) 등의 갈등 상황 때 참고할 수 있는 관련 법령과 기존 판례를 종합한 Q&A를 제공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길고양이 돌보미들이 지하 주차장이나 주택 옆에 ‘밥자리’(급식소가 아닌 고정된 장소의 급여 자리)를 운영할 경우, 이웃과의 갈등의 소지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서로 어떤 부분을 양해하고 양보해야 하는지 등을 정리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고양이가 차량에 흠집을 냈더라도 일반적으로 돌보미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돌보미가 주차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고양이에게 밥을 급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에 피해가 갈 수 있는 곳에 식기를 두거나 차량 손상이 예견될 경우에는 주의 의무를 위반한 과실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또 자동차 주변에서 사료를 급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도 사고 위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고양이의 습성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는 놀이터나 공원에 밥자리와 겨울집을 설치할 경우 배설을 하고 모래에 파묻는 습성 탓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돌보미가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모래 주변을 피해야 한다.
■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할 곳
① (지하) 주차장과 차량 하부 : 자동차 주변은 고양이가 엔진룸에 들어가 다칠 수 있고, 차량 표면에 올라가 재산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갑작스러운 차량 출발로 인한 사고 위험도 높다.
② 도로 주변 :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 높고 로드킬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③ 어린이 놀이터 주변이나 감염 취약자가 있는 곳 : 길고양이는 모래나 흙에 배변하기 때문에 모래 놀이터나 병원 등 노약자가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④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생태·경관 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 고양이는 조류, 설치류 등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야생동물 보호 구역은 피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길고양이 돌봄 및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에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자율적 실천을 위한 권고사항인 만큼 돌봄 관련 갈등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길고양이 돌봄의 목적과 고유 생태 습성, 돌봄 활동의 주의사항까지 자세히 명시되어 있어 길고양이를 돌보려는 시민의 표준적 돌봄을 위한 기본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이드라인이 길고양이 갈등을 극복하는 공존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 종의 가이드라인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www.animal.go.kr)과 동물사랑배움터(www.apms.epis.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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