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품은 태영, 3.2조 PF·우발채무 위기에 결국 워크아웃

이소은 기자 2023. 12. 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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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사옥 전경. /사진제공=태영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앞서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 관련 약 480억원 규모의 PF 대출 만기를 앞뒀던 지난 15일에도 1군 건설사의 부도설이 돌면서 태영건설이 유력하게 지목됐다.

당시 태영건설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창업회장이 복귀했고 2·3분기 실적도 잘 나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수동 PF 대출도 대주단과 협의해 만기를 열흘 연장하면서 발등의 불을 껐다. 그러나 만기가 다시 돌아온 28일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워크아웃이 현실화 됐다.

태영건설은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조성 사업 등을 통해 성장하며 1990년 국내 첫 민간 방송 사업권까지 따내는 발판이 된 회사다. 태영건설은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우려 확산…올해만 1조 자금 조달
태영건설 위기설이 나온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레고랜드 채권 채무 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PF 부실우려가 급속도로 커졌던 2022년 10월께 증권가에 퍼진 '건설사 부도 리스크 보고'라는 문건에는 태영건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도 임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서 따르면 태영건설의 당시 PF 우발채무 규모는 2조3000억원(2022년 6월말 기준)에 달했고 부채비율도 500%(PF 우발채무 포함)에 육박했다. PF 우발채무는 건설사가 시행사에 대해 보증한 PF 대출을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떠안게 되는 채무를 뜻한다. 당시 한기평은 "재무완충력을 고려하면 PF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PF 우발채무 우려가 커지자 태영건설은 올초부터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섰다. 1월 모기업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장기자금을 마련하고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규모의 금융조달상품 협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올 한해 약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했다.

90세 창업회장 복귀, 계열사 매각에도 우발채무 위험 여전
90세의 윤세영 창업회장도 다시 경영에 복귀하면서 태영건설 구원투수로 나섰다. 윤 창업회장은 1933년 생으로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한 후 1990년 민영방송사 SBS를 창립했고 자산규모 10조가 넘는 태영그룹을 일궈냈다. 그룹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지분 매각도 이뤄졌다. 티와이홀딩스는 물류를 담당했던 핵심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했다. 해당 대금은 이달 내 들어올 예정이다. 태영건설도 최근 관계기업인 포천파워 지분을 전량 매도해 264억6000만원 가량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날 한국신용평가도 '안전정'에서 '하향검토'로 변경했다.

"주택 호황기 공격적 수주가 원인…지방·비주택 부진 지속"
등급 전망을 낮춘 이유는 역시나 PF 우발채무 위험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연결 기준 태영건설의 PF 차입금 5680억원과 연결 PF 우발채무 2조3000억원을 합하면 PF 관련 차입금 총액은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태영건설과 계열사가 직접 매입한 PF 유동화증권을 제외하면 차환이 필요한 PF 차입금 잔액은 2조3000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금융권에서는 태영의 PF 대출이 3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태영건설이 직면한 PF 우발채무 리스크는 주택시장 호황기에 성장 및 이익 확보를 위한 공격적 수주정책이 사업안정성 및 유동성 대응력을 저하하는 수준까지 이른 것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태영건설의 PF 보증 중 미착공 또는 착공 후 분양 전 사업장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태영건설의 도급사업 PF 보증 3조5436억원 가운데 미착공 사업장이 33%, 착공했지만 후분양·임대거나 분양 전인 현장이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공사원가 상승, 영업자산 누적으로 현금흐름이 저하되는 중에 분양 예정 및 PF 보증 사업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분양시장과 비주택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늘어난 재무 부담을 단기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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