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보고 배운다"는 특급 신인, 두산은 7년을 기다렸다... 전체 2순위 루키 향한 남다른 기대감

안호근 기자 2023. 12. 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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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김택연이 지난 8일 한은회 시상식에서 아마 특별상-선수 부문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7년 연속 진출이라는 대업. 우승 반지도 3개나 추가했지만 영광의 빛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7년이나 후순위로 밀렸고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듣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그런 두산에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다. 지난해 9위로 추락했지만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선 이 덕을 봤다. 두산은 전체 2순위로 인천고 투수 김택연을 골랐다.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에서 힘겨운 시절을 보낸 두산이다. 끊임없이 발굴되는 유망주들로 '화수분 야구'로 불린 두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성적은 뛰어난 유망주를 영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에선 힘들게 키워놓은 선수들을 계속 빼앗겼다.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5순위를 받은 두산은 이듬해부터 7년 연속 9순위 혹은 최하위인 10순위에 배정됐다. 2022 드래프트까지는 1차 지명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앞 순번에서 많은 기대주들을 놓쳤다.

김택연(오른쪽)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태룡 두산 단장의 지명을 받고 무대에 올라 유니폼을 갈아 입은 장면. /사진=두산 베어스
이들 중 키움 김혜성(2017·7순위), KT 강백호(2018·1순위), 한화 노시환(2019·3순위) 등은 2라운드에서 두산 보다 앞 순번에서 구단들의 지명을 받아 리그 최고 선수들로 떠올랐다.

1차 지명이 사라진 2023 드래프트에선 김서현(한화), 윤영철(KIA·2순위), 김민석(롯데·3순위) 등 유독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두산의 1라운드 픽인 최준호는 1군 데뷔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1차 지명 없이 전국 2순위로 뽑은 김태연에 대한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김택연은 이번 겨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주관한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남자 고교 우수 선수상을 수상했고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의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선 아마 특별상-선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메이저리그행을 택한 마산용마고 장현석(LA 다저스), 한화 이글스에 전체 1순위로 입단한 황준서에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더 쏠렸으나 김택연의 2023년 활약은 누구보다도 눈부셨다.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킨 김택연. /사진=WBSC
고교리그에서 13경기 7승 1패 탈삼진 97개에 평균자책점(ERA) 1.13을 기록했고 청소년 국가대표로 나선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특히 지난 9월 열린 2023 WBSC U-18 야구월드컵은 김택연의 이름을 가장 크게 알린 대회였다. 9일간 247구를 던지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 2승 1세이브 ERA 0.88로 특급활약을 펼쳤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두산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체 없이 김택연을 선택했다. 김태룡 단장은 2,3년 내에 팀의 클로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계약금도 황준서와 같이 3억 5000만원에 맞춰줬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18일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택연은 "투수라면 선발 투수를 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불펜으로 뛴다면 마무리로 뛰고 싶은데 팀에 필요한 보직으로 가는 것이 나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마무리 투수는 포지션 자체에 부담은 있지만, 경기를 끝내는 중요한 포지션이라 생각해 욕심이 있다. 어느 쪽이든 최근 '키가 작은 투수는 안 된다'는 인식을 깨는 선수들이 많은데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나타냈다.

한은회 시상식장에서 취재진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짓는 김택연. /사진=양정웅 기자
매년 구속이 증가하는 고우석(LG)과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승부구를 던질 수 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김택연이다. "고우석 선배님하면 강한 직구인데 1년 1년 지날수록 구속이 꾸준히 느는 점을 본받고 싶다"며 "변화구 측면에서는 야마모토 선수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야마모토는 좌타자든 우타자든 던질 수 있는 승부구가 확실히 있다. 또 나처럼 키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김택연 182㎝, 야마모토 178㎝) 일본을 평정하고 메이저리그로 가는 것을 보고 피칭 스타일을 많이 배우려 한다"고 전했다.

내년 시즌 도입되는 로봇심판과 피치 클락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 8일 한은회 시상식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그는 "고교 시절 해봤는데 그렇게까지 큰 영향은 안 받았다"며 "오히려 스트라이크 존은 확실한 구간이 생기는거니까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혹여라도 데뷔하기도 전에 탈이 날까 특급관리를 하고 있다. 팀 훈련에 합류해서도 투구는 하지 않았다는 김택연은 "이승엽 감독님께서 마무리캠프에 적응시키러 부른 것이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개발하고 있다는 김택연은 "데뷔하는 날을 기다리면서 운동하고 있는데 빨리 팬분들 앞에서 데뷔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크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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