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치카는 27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나의 연예인’이라는 제목의 글로 이선균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해당 채널은 한국인 남편 아론과 일본인 부인 치카코가 운영하고 있고 약 26만명의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아로치카는 “고등학교 축제가 끝나고 우리의 연극부 담당이셨던 선생님은 자신의 친동생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있다고 연기수업을 들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셨다”며 “설익은 열정에 가득 차 있던 친구 5명이 모여 방과후 수업을 듣겠다고 했고 그렇게 한 학기 동안 연기 수업을 해 줄 선생님으로서 한 남자와 만나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그 사람이 한예종 졸업을 앞두고 있던 대학생 이선균이었다. 당시엔 형이라고 불렀다. 몇 년이 지나 너무 유명해진 그를 형이라고 부르는 게 괜히 민망해져서 형이라고 부르는 건 관두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키가 매우 컸었다. 목소리가 매우 좋았고, 조각 같은 미남은 아니었으나 멋있었다. 다만 하는 행동은 털털했다”며 “학교 매점에서 스콜을 함께 사 먹었고 같이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했다. 예의 바른 사람이고 선한 사람이었다. 어린 학생이라고 결코 내려다보지 않았었다”고 썼다.
아로치카는 “데뷔 이후 다시 우연히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티비에 나오는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우리를 친근하게 웃으며 만나줬다”며 “적어도 내가 알던 모습의 이선균은 흔히 편견으로 가질 법한 연예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소탈했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치카코(아내)한테 그렇게 자랑을 했다. 네가 극장에 본 ‘기생충’이란 영화에 오빠 연기 선생님이 나온다고. 언젠가 꼭 유튜브에 나와주면 좋겠다면서 긴 시간, 그는 나에게 최고의 자랑거리였다”며 “그런데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느끼는 안타까움의 크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나에게 연기를 가르쳐 준 한 대학생이, 티비에 나오고, 스타가 되고, 최고의 배우 중 한사람으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던 경험은 내 인생 보물과 같은 경험이었다”며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이슈의 진상을 정확히는 알 수는 없으나 복잡한 마음 한켠에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게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만 모든 복잡한 생각이 부질없어진 지금, 한 사람이 목숨까지 포기해야 할 정도로 괴로움을 머금은 채 스스로의 삶을 내려놓았다면, 그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받으며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표하고 싶어 이렇게 그와의 추억을 남겨본다”며 “멀리서나마 당신의 연기를 지켜 본 시간은 제게 행복 그 이상의 시간이었다”고 애도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이선균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2분쯤 매니저로부터 ‘(이선균이)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선균의 차량은 전날 밤 늦게 사망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선균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거행되며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